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다음 주 초 방한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번 방한에서는 한중 관계는 물론 대북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간 안보 밀착 관계가 강화되자 중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양국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중정상회담에 대한 협의도 이번에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왕 부장과 다음주 초 방한하는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해 한국을 찾아 당시 강경화 장관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왕 부장은 또 지난 4월에는 중국 샤먼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했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 고위급 교류는 관심을 갖고 지속해서 추진하는 업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이 이번에 방한하면 정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다시 진행하게 된다. 4월 한중 간 재개하기로 협의했던 외교·국방 고위급 회담(2+2) 형태가 아닌 외교장관 단독 회담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왕 장관의 이번 방한은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미 간 밀착 관계가 두드러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영미권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에 한국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친 만큼 중국 견제에 힘을 쏟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왕 부장은 한미 동맹 네트워크가 다시 강화하는 것을 견제하고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설파할 목적으로 방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역시 “중국 측이 우리 정부에 파이브아이즈 참여를 만류하는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왕 부장은 우리 정부에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중국의 관심사에 대한 미국의 언급이 부당하다는 뜻을 재차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내치 사안을 국제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당부할 가능성도 있다. 박 교수는 “왕 부장은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강하게 내비칠 것이고 중국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사안에 대해 중국 측 주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 문제와 한중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북 정책에 대한 협력을 요청할 것이고 중국은 우리 정부에 베이징 올림픽 참여에 대한 확답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한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한중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왕 부장이 문 대통령의 요청을 접수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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