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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쑹씨 가문' 세 자매의 삶으로 보는 中 현대사

■아이링, 칭링, 메이링

장융 지음, 까치 펴냄





중국 쑹씨 가문의 세 자매 아이링·칭링·메이링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20세기 중국 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부제는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다.

국내 다수의 독자들은 자매의 이름보다 이들의 배우자의 명성에 더 익숙할 것이다. 둘째 칭링의 남편은 중화민국 국부로 불리는 쑨원이고, 막내 메이링의 배우자는 대만 초대 총통 장제스였다. 맏이 아이링의 남편은 중화민국 총리로서 재정을 총괄했던 거부 쿵샹시다. 19세기의 끝자락, 부유한 엘리트 가문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을 경험한 세 여인은 지적이고, 자립심이 강했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자매들을 단지 ‘부유층 공주님’이나 ‘금수저로 태어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완성한 여자들’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책 또한 이들 세 자매가 권력과 부를 맛본 일대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전기를 통해 청조 말기부터 공화정 수립, 중일 전쟁과 국공 내전 등 20세기 중국 격동의 현장을 조명하고, 세 여성이 어떻게 현대 중국 형성에 일조했는지를 상세하게 다룬다.



이야기는 세 자매의 운명을 가른 시작점이 된 쑨원에서 출발한다. 자매의 아버지로부터 지원을 받아 서구 교육을 받은 쑨원은 유부남이면서 아이링에 추파를 던지다 결국엔 딸뻘인 칭링을 아내로 맞는다. 막내 메이링은 쑨원의 후계자인 장제스와 혼인한다. 쑹씨 가족은 모두 장제스 정권(국민당)의 최측근이었지만, 칭링은 예외였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벌어진 내전에서 칭링은 공산당 승리를 위해 힘을 쏟았고, 장제스 정권이 무너지고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 중국이 수립되자 그를 보좌하는 부주석이 됐다. 이들은 남자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지 않았다. 중일전쟁 당시 아이링과 메이링은 사비로 병원을 지어 전쟁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을 돌며 외교 활동을 펼쳤다.

권력과 부에는 살벌한 암투와 목숨을 노린 위협이 뒤따랐다. 쑨원은 1922년 정적이 자신의 관저를 습격했을 때 칭링을 남겨둔 채 도피했다. 칭링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이 반격의 이유가 될 것이라 계산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아내를 미끼로 사용한 남자가 쑨원이다. 칭링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아이를 유산했고 다시는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메이링 역시 늘 암살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유산을 겪은 후 자식을 낳지 못했다.

파란만장한 세 자매의 삶은 19~21세기라는 시간을, 동·서양과 두 개의 대륙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저자는 당초 쑨원에 대한 책을 쓰려다 그의 아내 칭링과 자매들의 복잡다단한 인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꼼꼼한 취재와 묘사, 흡인력 있는 문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중국 현대사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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