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어느 출근 시간, 영국 런던의 지하철역, 남성 두 명이 지하철 지붕 위로 올라가 현수막을 펼쳤다. 그들은 환경운동단체 ‘XR’ 회원들로 현수막에는 ‘지금껏 하던 대로 계속하면 죽음 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이 기후변화와 생명 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이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승객들은 시위대에 페트병 등을 던지는가 하면 끌어내려서 에워싸고 때리기도 했다.
독일의 정치경제학자 마야 괴펠은 신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에서 기후변화와 함께 본격화한 환경운동 과정에서 이 같은 대립을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계속해서 성장을 추구하는, ‘모든 것이 더 많아야만 하는 시대’의 시스템이 언젠가 끝장을 맞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고는 큰 저항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에 따르면 그간 추진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지구는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울러 빈부 격차가 갈수록 격화하면서 양극화가 인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책에서 괴펠은 끊임없이 성장만 추구하는 경제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인류가 하나 뿐인 지구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풍요를 창조한다는 공리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 발전으로 자연을 대체하려는 일련의 과학적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1972년 미국 MIT 연구팀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 보고서의 유효성이 여전히 인정되고 있다고 끄집어낸다. 보고서는 인구 증가 속도, 식량 생산 속도, 산업생산 속도, 재생 불가능 자원의 소비 속도, 환경오염 진행도의 추세를 슈퍼컴퓨터에 입력한 결과 100년 안에 인류 문명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괴펠은 책에서 새로운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주장한다. 부와 자원의 공정한 분배, 사회공동체 가치의 회복, 생태적인 균형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선진국의 부유한 소비생활은 세계 차원의 오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며,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면 물질적 풍요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책은 “더 많은 것을 누릴수록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우리 각자의 분담과 책임만이 파국으로 치닫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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