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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빅테크 때리는 韓中 권력의 계산법

김현수 경제부장

脫貧 앞세워 공동부유 시작한 中

기업에 ‘양극화 원흉’ 멍에 덧씌워

韓도 정치공학적 플랫폼 규제 남발

4차혁명發 불균형 대책부터 마련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선언이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라고 불렸던 빅테크 기업들은 몸을 사리며 막대한 기부금을 내놓았고, 월가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을 배신하고 마오쩌둥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사회와 중궈멍(中國夢)을 외치며 경제 부흥을 다그쳤던 시 주석이 변한 걸까. 중국을 보며 쉽게 빠지는 착각 중 하나가 공산당의 진화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하면서 단 한 번도 사회주의 정체성을 부인한 적이 없다. 정치적 상황과 대외 환경에 따라 ‘중국식’ ‘특색’이란 수식어를 붙였을 뿐이다. 앨리스 에크만 유럽연합안보연구소(EUISS) 수석분석관이 시진핑의 중국을 더 짙어지는 루주비프(Rouge vif·선홍색이란 뜻의 프랑스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부유는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아니다. 집권 초기 마오쩌둥의 역사를 인정하며 좌파를 다독였던 시 주석은 2017년 당대회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사상으로 1인 집권 체제에 돌입했다. 당시 당대회가 정치적으로 시진핑 권력 집중의 원년이라면 경제적으로는 공동부유의 출발점이다. 불균형 해소를 위해 빈곤 탈출을 과제로 제시했고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앞다퉈 탈빈(脫貧) 공정을 쏟아냈다. 지금은 디폴트 위기인 헝다(恒大)그룹도 당시 구이저우성 다팡(大方)에 110억 위안(약 1조 8,700억 원)을 쏟아부었다.



2020년까지 7,000만 명의 빈곤 인구(연소득 6,200위안 이하)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던 시 주석은 올해 8월 시진핑식 사회주의의 본색을 드러냈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방법론으로 공동부유를 공식화했다. 덩샤오핑이 제안한 중국 경제발전 단계인 ‘원바오(溫飽·의식주가 해결되는 사회)’ ‘샤오캉’을 달성한 후 다음 단계인 다퉁(大同)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선택했다. 덩샤오핑을 배신한 게 아니라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 그리고 시진핑으로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어갔다.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으로 해석될 수 있었던 공동부유는 3연임이란 시 주석의 정치적 야심에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의 불만을 부자와 기업으로 향하게 했다. 21세기 홍위병이라 불리는 샤오펀훙(소분홍·小粉紅)은 플랫폼 기업의 최대 이용자이면서도 최대 불만 세력으로 커가며 부의 이전을 강제하는 동력이 됐다. 결국 시진핑의 공동부유는 국가자본주의를 넘어 공산당이 자본을 주도하고 배분하는 당자본주의로 체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K 자형 양극화의 화살은 중국이나 한국·미국 모두 플랫폼 기업으로 향했다. 위기 상황을 이용해 급성장했으니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중국은 공동부유란 명목으로 기부금을 거뒀고, 한국의 플랫폼 기업은 혁신의 상징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추락했다. 해결책은 비슷했다. 알리바바가 1,000억 위안을 내고, 올해 24억 위안의 이익을 낸 핀둬둬는 100억 위안을 내기로 했다. 디디추싱은 수수료를 낮췄다. 탐욕의 상징이 된 카카오는 3,000억 원의 상생기금 조성, 수수료 인하, 골목상권 철수 등을 발표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정치적 야심으로 인터넷 기업을 때렸다면 최근 국내 플랫폼 기업 때리기에도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한 수수료 등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표를 얻기 위한 규제 만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불균형에 대한 대책을 말하는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언제까지 갑질과 탐욕의 굴레로 기업에 돈을 내라고 강제하고 규제로 사업 영역을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가야 할 길이라면 새로운 양극화에 대비한 촘촘한 안전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기업의 탐욕을 제어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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