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외국 위성의 레이더 영상을 구입해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과 레이더로 홍수나 가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수 예보를 지금보다 훨씬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진강 댐 수위를 확인해 북한의 무단 방류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 대호방조제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진행됐다. 수자원위성에 탑재될 레이더를 차량에 장착해 시속 70㎞의 속도로 4㎞를 이동하며 수자원 관측에 필요한 영상을 촬영했다. 한반도 위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인공위성에서 레이더가 잘 작동할 수 있는지 검증한 것이다.
수자원위성사업은 오는 2025년 발사될 차세대 중형 위성 5호기의 탑재체를 국산화하는 사업이다. 날씨와 관계 없이 홍수·가뭄·녹조 및 적조 등을 감시하는 레이더 개발이 핵심으로 내년부터 4년간 1,427억 원을 투입한다. 앞서 2019년부터 3년간 45억 원을 들여 수자원 정보 진단용 위성 영상 레이더 관련 선행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에 실험한 레이더는 수자원위성의 핵심 장비다. 일반 위성은 구름이 꼈을 경우 지형을 파악할 수 없지만 레이더는 구름 투과가 가능해 날씨와 상관없이 홍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황의호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위성연구센터장은 “홍수 예보 시간을 6시간 앞당길 수 있다”며 “날씨와 관계없이 하천의 특성과 지표면 재해 특성을 분석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상 레이더의 국산화율도 90%가 넘는다. 시연에 나선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위성뿐 아니라 탑재체도 해외 수출을 고려해 고유 모델을 개발했다”며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중저가 개발 원칙을 고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험에는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 부처와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레이더 등 수자원위성 지상 모델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을 통해 자체 제작했다.
한반도 상공을 하루 2차례 지나가는 수자원위성은 홍수 외에 댐의 수위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전국 하천은 물론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저수지의 수위도 확인한다. 홍수 등의 예보에 필요했던 북한 지역 하천 수위 정보도,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의 수자원도 파악할 수 있다.
지상 모델 시험을 마친 후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는 항공기 탑재 실험을 진행했다. 안테나 여러 개를 일정 간격으로 배열하고 각 안테나로 공급되는 신호의 진폭 등을 변화해 신호를 강하게 송수신하는 기술인 빔포밍 레이더 시제품을 비행기에 실어 보령댐 유역의 댐 수위 등 수자원 정보를 관측했다. 댐·하천 유역의 수위 정보, 토양 수분 산정, 수리 구조물 안전성 감시 정보도 함께 평가했다. 이상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초에 2,000번의 전파를 쏴 얻은 정보를 인공지능(AI) 등으로 분석해 수자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국내 위성 기업 루미르 등도 참여했다.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기후 위기 시대에 안전한 물 관리를 위해 수자원위성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현장 시험을 통해 고품질 영상 관측이 가능하도록 지상 모델을 안정화하고 이를 수자원위성 개발에 반영한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수자원 전용 위성은 우리나라의 수재해 대응 기술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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