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급락한 2,962.17까지 밀려났다. 이른바 ‘삼천피’가 붕괴한 것이다. 코스피가 3,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3월 24일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 0.94% 하락하고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5일 2.19%나 급락했다.
증시가 불안해진 것은 글로벌 공급망 쇼크 장기화로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난에 따른 중국의 생산 차질, 동남아의 코로나19 봉쇄와 물류 대란, 부품 품귀 등 동시다발적인 공급망 차질은 산업계에 ‘도미노 셧다운’ 공포를 키우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3%, 14.1%나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복합 경제 위기는 해외발(發) 리스크라는 점에서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정책적 차원에서 원자재 확보 등 단기적 과제와 함께 공급망과 생산 기지 조정, 성장 잠재력 확충 등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서플라이 쇼크’는 미중 패권 전쟁, 코로나19 확산, 4차 산업혁명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므로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방파제를 쌓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설하는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고 기업과 머리를 맞대가며 종합 대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글로벌 공급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 부채 방안 등 유동성 파티가 끝난 뒤의 방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국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경쟁국을 압도하는 ‘초격차 기술’ 확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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