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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책 읽기 좋아하는 나라"…초창기 선교사들 한글 출판물로 선교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30주년 심포지엄

사전·교양서·종교서적 등 한글 서적 1만권 펴내

아동·여성 등 사회적 약자 문맹 해소에도 기여

김학수 화백이 그린 초창기 대한기독교서회의 모습./사진제공=대한기독교서회




"읽기와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인구 비율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전 세계 가운데 조선이 으뜸이 아닐까 싶다. 반-문명화된 나라 가운데, 이토록 책을 열심히 구매하고 읽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 원장을 지낸 의료선교사 찰스 빈튼(1859~1936)은 1905년 본국에 보낸 연례보고서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조선인들을 이같은 묘사하고 있다. 빈튼,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헨리 아펜젤러(1858~1902) 등 초창기 개신교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를 위한 방법으로 1890년 ‘조선성교서회(조선의 거룩한 가르침의 모임)'를 창립했다. 국내 최초의 교회연합기구이자 문서선교기관인 대한기독교서회(서회)의 출발이다.

서회가 창립 130주년을 맞아 지난 5일 서울 중구 구세군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간행물'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서회는 지난해 13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를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한해 연기해 올해 심포지엄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한문의 영향력을 겨우 벗어나고 있던 19세기 말 서회에서 출간된 간행물을 통해 한글 대중화에 공헌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글은 갑오개혁(1894) 때 국가의 공식 언어로 인정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민간에서 천한 글자로 여겨지며 주류 언어로 사용되지 못했다. 때문에 당시 거의 모든 책은 한자로 쓰였다. 반면, 서회는 한글 출판을 원칙으로 세우고 한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글 서적 보급에 앞장섰다. 종교서적 뿐만 아니라 일반교양, 위생, 계몽, 어린이, 어학, 지리, 상식, 소설, 사상서적 등 지난 130년간 서회에서 출간된 책만 1만여권에 달한다.



대한기독교서회 사장인 서진한 목사는 "한글이 우리 사회의 주류 언어로 변모하게 된 과정에는 기독교와 서회의 역할이 컸다"며 "이는 한글이 널리 보급된 계기가 되었으며, 양질의 한글 도서가 없던 당시 조선 사회에 지식 만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초판이 일본에서 인쇄된 뒤 1911년 개장판부터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인쇄된 한영대자뎐./사진제공=대한기독교서회


서회의 대표 간행물로는 선교사 제임스 게일(1863~1937)의 '한영자뎐(사전)'이 꼽힌다. 1897년 일본 출판사에서 초판이 인쇄된 한영자전은 1911년부터 서회에서 출간됐다. 게일은 1890년 언더우드, 호머 헐버트(1863~1949)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한영사전을 펴내기도 했는데, 한영자전에는 각 지역의 방언도 함께 담겨 있다. 발표자로 나선 안예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최초의 국어사전인 1938년의 '조선어사전'보다 41년이나 빨리 나온 사전"이라며 "당시 빠르게 변한 한국어 어휘 연구의 큰 부분은 게일의 한영자전에 빚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회가 발간한 한글 서적이 여성과 아동에 미친 영향도 컸다.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올 무렵, 조선의 거의 모든 책은 한자로 쓰여 있었다. 서회는 한글 출판을 원칙으로 세우고 한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이는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게 큰 변화였다. 태교와 육아에 관한 '아모권면(1906)'이나 '영아양육론(1912)'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다.

서신혜 한양대 교수 "이전까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태교를 강조함으로써 뱃속의 아이를 소중히 여기고, 임신부를 존중하는 풍조가 조선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이런 인식은 나중에 남녀평등론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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