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글로벌 전자 소재 기업 머크가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소재 등 한국의 전자 산업에 6억 유로(약 8,300억 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방한 중인 카이 베크만 머크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머크는 별도 발표를 통해 2025년 말까지 반도체 소재 등 전자 산업 분야에 전 세계적으로 3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6억 유로를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머크는 지난 1989년 한국에 처음 투자한 후 지난 32년간 사업을 영위해왔다. 경기도 평택·안성·안산, 인천, 울산 등 총 11개 생산·연구 시설에 1,400여 명이 근무 중이며 안정적인 반도체 소재 공급 등을 통해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산업부는 이번 투자가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는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투자 유치 노력이 머크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문 장관과 머크 경영진의 면담에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워싱턴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잇따라 머크 고위급을 만나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섰다.
이날 면담에서 문 장관은 “이번 투자는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선진 기술, 인력 확보 등의 측면에서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머크도 수요 기업과의 안정적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윈윈’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머크의 개별 투자 프로젝트가 가시화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현행 법령상의 입지, 세제, 현금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머크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과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있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가고 있다. 우선 반도체 분야는 반도체 핵심 공정 중 하나인 화학적기계연마(CMP) 소재의 집중 연구개발(R&D) 기지인 한국첨단기술센터(K-ATeC)를 지난해 6월 평택 송탄산업단지 내에 열었다. 또 국내에 첨단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에 쓰이는 린스액 생산 설비 증축도 이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우 지난해 10월 평택 포승공장에 2,000만 유로 이상을 투자해 액정표시장치(LCD) 테스트 부품 공장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 소재 공장을 증축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경기도와 맺었다.
산업부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백신 등 국가적으로 전략적 유치가 필요한 산업에 대해서는 고위급 접촉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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