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文 한마디에 탄소중립 급가속…철강 등 '도미노 셧다운' 불가피

[정부, 탄소중립 일방통행]

年 감축률 EU 1.98%·美 2.81%

한국은 4.17%...목표치 2배 높아

중국은 되레 "배출량 증가 " 공언

반도체 등 수출 대들보 뿌리째 흔들

산업경쟁력 약화·블랙아웃 우려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탄소중립·NDC 이행은 어렵지만 함께 가야할 길"이라며 협력을 요청했다. 왼쪽부터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홍 부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호재 기자




“중국이나 유럽 등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본인들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기준점으로 내세우는 등 사실상 ‘프리라이딩(무임승차)’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굳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정부가 오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NDC를 공개한 것에 대해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해당 전문가는 “선진국의 경우 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자국 내 급격한 기온 변화로 내부적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반면 애초부터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심했던 국내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NDC 상향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쇠퇴는 물론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국민 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 주도의 NDC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의 이번 NDC 목표 상향으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연평균 4.17%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반면 2030년까지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8%에 불과한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2.81%), 영국(2.81%), 일본(3.56%) 등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2060년으로 제시하며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중국에 주요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국내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NDC 달성을 위한 기술 투자 및 생산 감축 등에 발목 잡혀 중국에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 부처가 발표한 NDC 상향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7억 2,760만 톤) 대비 40% 낮춘 4억 3,660만 톤으로 줄여야 한다. 정부는 애초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6.3% 낮춘 5억 3,610만 톤으로 설정했지만 2030년 NDC를 35%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한 탄소중립기본법 및 NDC 추가 상향의 필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향을 반영해 이를 무려 13.7%포인트 상향했다.

정부는 2030년 각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에서 산업 부문을 나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30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줄어든 2억 2,260만 톤으로 설정했다. 이어 전력 발전 등 전환 부문의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4.4% 줄어든 1억 4,990만 톤으로 제시했으며 수송(6,100만 톤·-37.8%), 건물(3,500만 톤·-32.8%), 농축수산(1,830만 톤·-25.9%), 폐기물(910만 톤·-46.8%) 등의 수치도 공개했다.



산업계는 이 같은 NDC 수치가 현 산업 생태계 및 기술 수준을 도외시했다며 정부안대로 NDC가 통과될 경우 일부 업종의 셧다운은 물론 산업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NDC에 따르면 산업계의 2030년 탄소 감축량은 2018년 대비 1,670만 톤이었지만 이번 NDC 상향으로 감축량이 3,790만 톤으로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NDC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 업종은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3% 줄여야 하며 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기타 업종은 무려 28.1%를 줄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NDC 충족을 위해서는 생산량 감축 또는 신기술 도입 등이 필수지만 어느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저가 철스크랩을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저 HMR(Hot Metal Ratio) 조업 기술’의 경우 현재 개발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2030년까지 상용화 여부가 미지수”라며 “무엇보다 철강을 재료로 쓰는 조선이나 자동차와 같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또한 철강 가격 상승 및 수급 문제로 피해를 볼 수 있으며 이들 산업 분야의 고용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EU나 미국이 지난 30년여간 제조업에서 금융이나 정보기술(IT) 플랫폼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선진화한 데다 친환경 부문에서 이미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경쟁국 대비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추가 부담도 우려된다. 탄소중립위는 이번 NDC 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09%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업계는 GDP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 부문에서는 이번 NDC 상향으로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까지 제기한다. 발전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44.4% 줄이기 위해서는 기후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 변동 폭이 큰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전력계통망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탄소중립위는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20년 6.6%에서 2030년 30.2%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 등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외에도 ‘삶의 질’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윤모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이번 NDC 상향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며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계획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