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검·경이 확보하면서 디지털 포렌식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활용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로 과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박사방 회원과 운영방식 등 의혹을 푸는 열쇠 역할을 해왔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경찰이 실시한 디지털포렌식 분석건수는 2017년 3만4,541건에서 2018년 4만3,531건, 2019년 5만5,194건, 지난해 6만3,034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 8월까지도 이미 5만161건을 기록해 예년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디지털 기기에 남아있는 정보를 분석해 증거를 찾는 기술이다. 지난해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수사하면서도 그의 휴대폰 ‘갤럭시S9’이 핵심 증거로 작용했다. 경찰은 조주빈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소파에 감춰둔 이 휴대폰에 범죄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잠금장치 해제에 주력해왔다. 잠금을 푸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지만 이를 통해 조주빈 측에 암호화폐 등을 건넨 유료회원 등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특검 과정에서는 김동원씨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과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드루킹 측이 댓글 자동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작동한 로그 기록과 김 지사 차량의 국회 출입 기록 등 증거를 확보해 추후 대법원에서 김 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희팔 사건’ 수사에도 디지털 포렌식의 도움이 컸다. 이 사건을 맡았던 대구지검은 2016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희팔 등이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약 2년5개월 동안 피해자 7만여명을 상대로 5조715억원의 금융다단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는데, 전체 거래액을 특정하는 데 포렌식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공인 자격증도 생겼다. 한국포렌식학회에서 실시하는 해당 시험은 국내 유일의 디지털 포렌식 관련 공인 자격증이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해 올해까지 2급 자격자 925명, 1급 자격자 8명 등을 배출해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규명을 지휘했던 허익범 전 특검도 2급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