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쿠팡에서 주문한 138cm 4K UHD TV가 다음 날 새벽 7시 문 앞에 도착했어요. 월 2,900원만 내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까지 가능한데 굳이 가전제품 매장에 갈 필요 있나 싶네요.”
다음 달 초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둔 가운데 소비자들의 비대면 소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날 주문해도 다음 날 출근 전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새벽 배송’은 기본이 됐고 취급 품목도 과일·정육 등 신선 식품이나 밀키트를 넘어 전자 제품, 생화까지 다양해졌다. 온라인에서 구입하지 못하는 상품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오프라인을 보완해온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 규모는 연 180~190조 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지 않고 아예 온라인으로만 물품을 구매하는 가정이나 개인들도 많아졌다.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마켓컬리를 초창기부터 애용해왔다는 50대 A 씨는 “주말이면 가족들이 나들이 겸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가던 문화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온라인 커머스의 발달로 서서히 주목받아온 ‘랜선 장보기’ 트렌드가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동안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서울경제가 업계 전문가 및 시장 동향 등을 취재한 결과 위드 코로나19 시대에도 장보기를 포함한 비대면 소비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어오면서 비대면 소비 경험치가 쌓여왔는데 위드 코로나로 전환됐다고 해서 대면 소비로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대면 소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면 서비스업을 활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통계청 온라인 쇼핑 동향을 봐도 비대면 소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3조 8,3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0조 7,739억 원 대비 22.9%가량 급증했다. 상품군별로 보면 배달 특히 음식 서비스 이용과 가전·전자·통신기기의 온라인 구매가 늘었다.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도 신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PC나 모바일로 접속하면 가상현실(VR)을 통해 실제 매장과 같은 쇼핑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삼성 VR 스토어’를 17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열어 내부 사양을 확인하는 등 생생한 제품 체험까지 가능하다.
금액대가 높고 시승이 필수인 자동차마저 온라인 판매가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9월 출시한 경차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사전 예약부터 구매까지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를 주제로 가상공간을 구현해 캐스퍼 시승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위드 코로나 전환에 발맞춰 외식·관광·공연 등 일부 대면 소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화 관람권 1매당 6,000원을 지원해주는 등 소비 쿠폰을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재가동해 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30대 B 씨는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서울 잠실 이후 2년 만인 올해 11~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프라인 월드 콘서트를 연다고 들었다”면서 “백신도 2차까지 다 맞았고 회사 스케줄만 조정할 수 있으면 공연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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