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036570)와 카카오(035720)가 바닥을 다지고 다시 꿈틀대고 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과 게임을 대표하는 두 기업은 지난 1년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폭탄 속에서도 개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두 달간 신작 게임에 대한 실망과 플랫폼 규제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주가가 한때 고점 대비 46%(엔씨소프트), 28%(카카오)나 급락한 뒤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추세 전환일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일지 주목된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전일 대비 5.54% 상승한 62만 9,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는 지난 8월 26일 ‘블레이드 앤 소울2’ 흥행 실패로 주가가 15.29% 급락한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날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의 시총은 13조 8,090억 원으로 12일 12조 2,503억 원 저점을 찍은 뒤 1조 5,587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가도 55만 5,000원으로 신저가를 찍은 뒤 8%넘게 상승했다. 카카오는 이날 4.94% 뛴 12만 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일 11만 1,00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주가가 9.44% 오르는 등 상승세다. 이날 급등으로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56조 7,835억 원이 돼 코스피에서 6위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한동안 가슴앓이가 심했던 개인의 탈출 러시도 이어졌다. 개인은 지난 1년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폭탄 속에서도 엔씨소프트와 카카오를 각 9,090억 원, 3조 985억 원 순매수하며 두 기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한 뒤 밤잠을 설치던 개인은 이날 엔씨소프트와 카카오를 각 159억 원, 1,036억 원 순매도하며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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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최근 상승세는 내달 4일 출시될 리니지W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리니지W의 글로벌 사전 예약이 1,30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8월 19일 글로벌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달성한 성과로 MMORPG 장르 중 역대 최대 수치다. 엔씨소프트의 매출 구조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3%인 만큼 리니지W의 성패는 엔씨소프트 주가에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리니지W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그간 이용자들의 큰 불만을 산 과금 시스템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블소2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에서 탈피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리니지M과 맞먹는 수준의 과금 모델이 적용돼 이용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왔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30일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과금 시스템 전면 개편안을 발표하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 역시 과금 시스템을 개선하고 게임 아이템 및 계정 거래를 지원하는 등 이용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금융 당국의 플랫폼 규제라는 ‘폭풍’이 지나간 뒤 저가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대선까지 전 국민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 이슈는 계속될 수 있으나 이미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플랫폼 규제 이슈는 카카오 자체의 확장성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카카오 주가는 9월 초 이슈가 불거진 뒤부터 하락해 한때 28%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이슈에도 국민 플랫폼이라는 저변성과 콘텐츠 사업의 성공 등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조 6,000억 원(48.4%), 2,201억 원(83.1%)으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오징어 게임’ 등 글로벌 흥행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콘텐츠 부문 매출이 8,290억 원(58.8%)으로 큰 폭 증가한 점이 고무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와 카카오 모두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의 흥행 수준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데다 블소2의 부진에 따른 주가 급락 경험으로 볼 때 사전에 공격적인 대응을 하기 쉽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최근 소셜 플랫폼 기반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구해왔지만 규제 리스크에 노출돼 향후 신규 사업 진출 시 중소 사업자 보호 등 사업 타당성 검토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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