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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자존심은 지켜주는 사회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자존심이야말로 의식주보다 고귀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명이며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만든 토마슨 제퍼슨이 남긴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 표현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의식주보다 고귀한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지켜주고 있는가? 사회적 규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줘 새로운 갈등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경제·사회 위기 속에서 지난해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으로 2019년에 비해 55% 증가했다.

올해도 이미 수많은 규제가 신설됐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대표적으로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강제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인들에게 과도한 실형을 부과토록 했다. 이에 더해, 노조법을 개정해 노사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노사 갈등을 증폭시켰다. 또한, 사립교원 신규채용을 관할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해 사립학교 교원 선발의 자유를 빼앗았다. 이뿐만 아니다. 언론사에 보도의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물론 이러한 규제는 선의로 포장된다. 의료사고 자료 수집과 불법행위 감시, 산업재해 예방, 채용 비리 근절,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구제 등 모두 나름대로 명분도 있다.



그러나 소수의 비윤리적인 일탈 행위를 이유로 다수의 자율적 행위를 규제하고 침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무리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입법 효과는 나타나기 어렵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의사들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경영인들은 노조의 권리를 침해하고 산업안전에는 관심도 없으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로 매도됐다. 사립학교는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춰졌고 언론인들은 허위보도를 일삼는 후진적인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왜곡된 프레임은 의사, 경영인, 교원, 언론인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했다. 제퍼슨의 표현대로라면 의식주보다 더 중요한 자존심에 되돌리기 어려운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들 뿐만 아니다. 공무원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영혼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자존심을 다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정책은 규제 대상은 물론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자존심마저 다치게 했다.

더이상 사회 구성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되풀이되서는 안된다. 자존심의 상처는 결국 사회 전체의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기력한 사회에서 누가 도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는가. 하루빨리 우리 사회가 자존심은 지켜주는 상식적인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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