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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초 페어링 → 967초 위성 모사체' 분리…매순간 고비였던 '16분'

[누리호 발사]

◆숨 죽였던 '우주 발사체 독립의 날'

75톤 추력 로켓엔진 등 안정적

국민들 마음 졸이며 발사 지켜봐

위성실패 '미완의 성공' 그쳤지만

세계 '우주경쟁' 추격 계기 큰걸음





‘절반 이상 미완의 성공.’

30여 년간에 걸친 숙원 사업이었던 한국형 발사체(누리호)가 21일 첫 발사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나온 평가다. 누리호가 목표 고도인 700㎞ 상공까지 1,500㎏의 위성 모사체를 쏘아 올렸으나 3단 엔진 작동이 46초가량 조기 종료되며 정상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3단에 달린 7톤급 액체 엔진의 작동이 목표대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에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국민들은 이날 오후 5시 누리호가 굉음과 함께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지축을 박차고 오르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후 이어진 16분가량의 비행은 순간순간이 고비였다. 1단 로켓 분리(127초)→페어링(보호 덮개) 분리(233초)→2단 로켓 분리(274초)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씩 성공 소식이 전해졌다. 마침내 위성 모사체 분리(967초)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마음 졸이며 누리호를 지켜봤던 국민은 환호했다. 성공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6시께 문재인 대통령은 “700㎞ 상공 도달에 성공했지만 위성 모사체가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누리호는 75톤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해 핵심인 1단부로 사용하고 75톤 엔진 1개와 7톤 엔진 1개를 각각 2단부와 3단부로 썼다. 누리호에는 3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참여해 만든 총 37만 개의 부품이 쓰였다.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노하우와 정부·기업이 힘을 합친 기술이 모두 집약된 우주 발사체다. 현재 우주 발사체 자립에 성공한 곳은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유럽(1965년), 중국·일본(1970년), 인도(1980년) 등 우주 강국을 비롯해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뿐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내년 5월 두 번째 시험 발사를 통해 세계 일곱 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엔진을 개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비록 ‘미완의 성공’에 그쳤지만 누리호 발사는 격화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우주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추격의 고삐를 죄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세계 7대 강국으로 분류되지만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는 우주 강국들에 비해 적잖게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주 발사체와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규제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1일 오후 5시 발사된 누리호.


앞으로 정부는 내년 5월 누리호 2차 시험 발사에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추가로 3~6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달 착륙선을 누리호 개량형 모델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내년 8월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를 통해 발사하는 우리 달 궤도 탐사선은 2030년 착륙 후보지를 물색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8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누리호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이 전액 삭감돼 내년에는 재차 관련 예타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 3단 엔진이 46초가량 먼저 꺼진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할 측면도 있다”며 “정부가 발사체 R&D 예산을 수립할 때 연구자들에 대한 연구비와 인력 양성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 12년 가까이 추진된 누리호 사업 예산은 총 2조 원가량이었으나 실제 대학의 전문가들에게까지 연구비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2조 원가량의 예산 중 1조 5,00억 원 정도는 3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에 지급되고 나머지는 항우연이 R&D 예산으로 썼다.

전문가들은 발사체와 위성 등 우주 기술 개발이 방송 통신, 환경 분석, 재난 재해 정보 제공뿐 아니라 우주인터넷, 우주 관광, 바이오 생명과학, 인공지능(AI), 3D프린팅, 전기전자, 소재, 통신, 신재생에너지, 건축 등에 파급효과가 나타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방 측면에서도 위성과 발사체 기술 개발 확대는 필수적이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차기 정권에서는 범부처와 연구계·산업계를 아우르는 우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우주 전담 기구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 발사 뒤 “앞으로 민간으로 기술이전해 민간 스스로가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 공공 수요 진작을 통해 민간 우주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임 장관은 이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같은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부터 우주 조직을 만들 것인지, 언제 조직을 시작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현재 설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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