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임대차계약 10건 중 4건이 월세 또는 월세를 일부라도 낀 반(半)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8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임대차 거래 가운데 39.2%가 보증금과 별도로 월세까지 내는 계약으로 집계됐다. 2018년 같은 기간 26.8%였던 월세를 낀 임대차계약 비율에 비해 12.4%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도심인 중구 등은 월세를 낀 임대 비율이 50.6%에 달해 처음으로 전세를 추월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품귀에 가격 급등까지 겹쳐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월세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의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30%로 올 들어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겹쳐 수급 불균형이 초래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도 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춰 저소득 서민층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금융 당국은 취약 계층의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공염불일 뿐이다. 집값·전셋값을 급등시켜 주거 사다리를 끊어놓더니 이제는 대출까지 막아 ‘월세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임대차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을 주며 시장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을 편다면서 외려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킨 것이다. 이런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7일 “최근 주택 시장에서 가격 상승 추세가 주춤해졌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의 중요한 기로”라고 말했다. 헛발질 정책으로 무주택 서민을 월세방과 거리로 내몰고 있는 데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할 상황인데 아직도 딴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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