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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활동에 ‘낭만’ 한 스푼 추가…“시 한 수로 시민에게 다가가요”[이웃집 경찰관]

■황영식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장

5년간 200개 넘는 시 외우며 시민에 다가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듣고 무릎을 탁 쳐

자살 시도 청소년에 시 선물하고 재기 도와

국무총리·경찰청장 명의 표창만 7개 받아

“은퇴 후에도 청소년 돕고파” 자격증 13개

황영식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장. /본인 제공




멀고도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경찰서 안에서도 '시 한 수'를 읊으며 다정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경찰관이 있다. 바로 32년차 경찰 황영식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장이다. 서울 서대문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부위원장과 신촌동 주민자치회 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낭만 한 스푼'을 더해 시민들 곁에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그를 29일 신촌지구대에서 인터뷰했다.

경찰들 사이에서 황 대장의 별명은 '경찰 시인'이다. 직접 시를 쓰지는 않지만 200개 넘는 시를 외우고 지역사회에서 400여 차례에 걸쳐 낭송활동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진산식에서 시낭송을 했고 6월에는 위원으로 활동 중인 서대문구 신촌 마봄(마음돌봄) 협의체 위촉식에도 참여해 구청에서 직접 시를 읊기도 했다. 불만을 호소하는 민원인에게는 시와 차 한잔을 대접하며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황 대장이 처음부터 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시 암송에 빠져들 게 된 건 약 5년 전 일이다.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질서계장으로 활동하며 청소년 범죄예방활동 등을 하던 중 청소년이나 시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고민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튼 라디오에서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가 운명적으로 흘러나왔다. 황 대장은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본격적으로 시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황영식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장이 시 낭송 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권위 대신 부드러움으로 다가간 황 대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황 대장은 자살 신고가 접수된 청소년에게 직접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시를 골라 선물하고 다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며 도운 적도 있다고 한다. '딱딱하고 무서운 경찰'는 편견을 깨트린 게 시의 힘 이라고 황 대장은 말한다. 동료경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8월에는 강북경찰서장,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북부청장 퇴임식에 시낭송을 했다. 후배 직원들은 결혼식 주례를 서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시의 힘으로 베스트 팀장 선정, 치안활동 우수 지역 경찰 관리자 등 국무총리와 경찰청장 명의 등 표창만 7개를 받았다.

황 대장은 은퇴 후에도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한다. 지역 경찰 근무 당시 학교 밖 청소년이나 비행 청소년 등을 보며 딸 셋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는 것. 그가 청소년들을 생각하며 딴 관련 자격증만 해도 13개로 심리상담사 2급, 가족상담사 1급, 학교안전지도사 1급, 학교폭력상담사 3급 등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황 대장에게 독자들을 위한 시 한 수를 요청했다. 그가 암송한 시는 린 마틴의 '행복이란 꽃길'이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걷다보면, 어느 길이든 행복하지 않은 길이 없습니다. 그대 가는 길이 꽃길입니다. 오늘도 마음 가는 곳곳마다 꽃길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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