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긴급신고로 걸려온 치킨 주문전화에 수상함을 느낀 한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남상윤 경사는 근무 중 “치킨을 주문하려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수많은 장난 전화 속에서 이 전화 만큼은 장난이 아님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남 경사는 "어디로 가져다드릴까요? 누가 치킨을 먹고 싶대요? 혹시 남자친구가 옆에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신고자는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가정폭력이 잦은 새벽 시간대인 만큼 남 경사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위치를 추적해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남 경사의 직감은 맞았다. 남편이 술에 만취해 흉기를 들고 아버지를 찌르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아내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치킨을 사주려는 척 신고한 것이다. 남편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청은 2일 112 창설 64주년을 맞아 112 우수사례 모음집 '112 소리를 보는 사람들'을 펴냈다. 사례집에는 OCN 드라마 '보이스'처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피해를 막은 경찰관들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경남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이경진 경위는 아무 말이 없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재차 물어도 답이 없어 신고 이력을 빠르게 훑어보니 도움 요청 버튼을 누른 이력이 확인됐다. 이 경위는 "경찰 도움이 필요하시면 전화 버튼을 눌러주세요"라고 했고, 짧지만 또렷한 버튼음이 들렸다. 그리고 신고자가 사는 아파트 동·호수와 폭행 여부 등도 이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위는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조치했고 잠시 후 "신고자 찾았습니다"라는 현장의 무전이 들렸다. 알보고니 자녀 훈계 문제로 흥분한 남편이 망치를 들고 아내를 협박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관의 기지가 발휘된 '1원의 기적'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청 강서경찰서 설태식 경위는 자살 의심 신고를 받은 후 구조가 필요했던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그는 극단 선택 의심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후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했다. 하지만 이름은 뜨지 않았다.
설 경위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카카오페이로 1원을 송금했다. 그랬더니 이름 석 자가 떴다. 추적 끝에 발견된 이 사람은 새벽에 만취 상태로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바닥에 떨어진 후 전신 통증으로 거동조차 못 하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소통간담회에 참석해 "신고를 많이 받다 보면 '장난 전화겠지' 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사소한 음성을 놓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모든 신고에 최선을 다해준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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