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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없이 NDC 40% 불가능한데…갈라파고스 에너지정책 고집

[ 세계는 親원전 한국은 脫원전 ]-'원전 비중 29%→6%' 낮춘다는 韓

  원전, 온실가스 배출량 '태양광 3분의 1' 수준 불과

  '신재생 전력 안정' ESS 구축은 최소 1,000조 필요

  "원전활용해야 탄소중립·에너지안보 등 해결 가능"


올 초 유럽연합(EU) 합동연구센터(JRC)는 ‘원자력 에너지의 기술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자력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실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으로 1GWh만큼의 전력을 만들 경우 28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반면 태양광은 동일 용량 발전 시 8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원자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동일 발전량 기준의 석탄(888톤), 석유(735톤), 천연가스(500톤) 발전과 비교할 경우 10분의 1 수준이 채 되지 않으며 풍력(26톤)이나 수력(26톤)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결국 발전 부문에서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풍력·수력을 중심으로 자국 에너지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풍력이 강한 영국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42%에 달하며 노르웨이는 수력발전만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의 94%를 조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풍력과 수력이 해답이 되지 않는다. 풍력발전의 경우 초속 11m가 넘어야 경제성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지만 세계 최대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설 신안 등 전남 서부 지역 앞바다의 3일 오후 풍속은 초속 4~8m에 불과하다. 물의 위치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만드는 수력발전 또한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추가적으로 늘리기 힘들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설비는 지난해 23.3GW 규모에서 2024년 27.3GW로 늘어난다. 정부가 전력 수급 불안정 및 전기 요금 인상 이슈 등으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때마다 ‘원전은 2024년까지 설비 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탈원전 이슈와 관련이 없다’는 설명 자료를 내놓는 이유다. 실제 올해 준공돼 내년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신한울 1호기를 비롯해 내년 이후 가동 예정인 신한울 2호기와 같은 신규 원전을 감안하면 원전 설비는 2024년까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전 설비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정부 설명의 허점이 단박에 드러난다. 정부의 ‘9자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원전 설비는 2024년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2034년에는 19.4GW로 주저앉는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신규 원전 설립 계획 가운데 이미 건설 중이었던 신한울 1·2호기를 제외한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와 같은 발전소 건설은 사실상 백지화했다. 추가 원전 건설이 없는 만큼 향후 원전 설비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 설비를 하나둘 줄여나갈 방침이다. 지난 2018년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규 원전 늑장 허가 및 이전 정부 대비 3배가량 길어진 원전 점검 기간까지 더해져 전력 수급 우려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 같은 탈원전 정책은 현 정부가 누차 강조하고 있는 ‘탄소 중립’과 완전히 배치된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할 경우 203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만 40.3%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앞선 JRC의 보고서가 언급했듯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태양광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산림 훼손 우려까지 묵살하며 보급을 늘리고 있는 태양광 대비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원전 폐기물 문제를 제기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같은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고준위 폐기물을 90%가량 줄일 수 있다. 반면 정부는 발전 부문 탄소 중립을 위해 ‘무탄소 가스터빈’이나 ‘암모니아 발전’과 같은 ‘미래 기술’ 상용화 계획만 공개했을 뿐 원전 폐기물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은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해법이 되지 못한다. 신재생은 기후나 날씨에 따른 발전 간헐성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이 필수다. 신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할 만큼 충분한 양의 ESS를 전국에 구축할 경우 최소 1,000조 원이 넘는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관련 송배전망 신규 구축 등에도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인 데다 높은 인구밀도와 유럽 대비 낮은 풍속 등으로 신재생의 경제성도 크게 낮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을 활용할 경우 탄소 중립은 물론 에너지 안보, 각종 비용 분담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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