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올해 말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애로 해결을 위해 현장을 찾은 시간만 1,761시간. 연말까지 처리될 규제는 누적 1만 4,000건.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이 4년 동안 세운 기록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고통받고 있는 중기·소상공인들이 ‘그분’만 나타나면 안심을 하고 기대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중기 옴부즈만은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당시 중기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규제 완화와 사후적 조치로 중소기업 구제 옴부즈만을 지정해 현장에서 중기 관련 규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보고하고 그해 12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추진, 이듬해인 2009년 3월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탄생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 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임명해 중소기업 관련 규제·애로와 고충 처리를 전담’하는 것이 골자로, 2009년 7월 초대 중기 옴부즈만으로 이민화 옴부즈만이 취임했다.
규제로 애로를 겪는 중기·소상공인이 있다는 제보를 듣는 순간 즉시 ‘현장 출동’에 나서는 그는 중기 옴부즈만이 ‘운명’이라고 했다. 그는 “중기 옴부즈만은 후배 기업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자 운명”이라며 “30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고비가 있을 때마다 버팀목이 없어 어려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기업인들이 하나라도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운명으로 중기 옴부즈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운명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아이돌 수준’의 일정을 4년째 소화하고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서울경제가 보도한 ‘지난달 靑 초대받은 스타트업도 기준 안된다며 ‘대출 퇴짜’(2020년 3월 28일 자)’라는 제하의 기사를 접하고 이튿날 바로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그는 차관급 고위 공무원임에도 이처럼 현장 출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장을 고집하는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옴부즈만의 역할이 고충 해결사인 만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워커홀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부지런히 현장을 다니고 협의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8년 취임한 후 연말까지 처리된 규제가 1만 4,000건이지만 여전히 아쉽다고도 했다. 같은 기간 1만 5,000건의 규제가 또 신고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잠시 숨을 돌리면 그 사이에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또 그만큼 늘어나지 않겠나”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기·소상공인들을 그는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울면서 도와달라고 읍소를 했는데 가슴이 먹먹했다”며 “그 소상공인의 절절한 요청이 담긴 영상을 주요 당국자들에게 보여주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호소한 적도 있다”고 떠올렸다. 그는 10월 14일에는 총리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거리 두기 완화를 건의하기도 했다면서 “반드시 우리의 건의 때문은 아니겠지만 얼마 뒤에 실제 거리 두기 완화 조치가 이뤄졌고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경로로 전한 중기·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받아들여져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중기 옴부즈만의 역할은 유연한 사고가 바탕이 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8할’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열정적이고 능동적인 실행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점에서 박 중기 옴부즈만 그의 말대로 ‘운명’을 만난 셈이다. 중기의 규제·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하는 데는 그의 타고난 친화력과 30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쌓은 노련함과 유연함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그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해 가장 까다로운 금융권의 규제·애로를 해소하기도 했다. 그는 “애로 사항, 고충을 해결하고 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예를 들면 중기가 대출을 1억 원 정도 받으려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에 보증을 요청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매출이 늘기는커녕 감소할 경우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며 “오히려 규정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대출금을 10~30%까지 회수해가는 일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상황 같은 코로나를 겪으면 대출 기준에 맞는 중기는 거의 없다”며 “금융감독원 등과 이야기를 해서 대출 규제를 푼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고 은행을 비롯해 금융기관은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박 중기 옴부즈만이 유연하고 노련한 소통력을 발휘해 합의점을 도출해낸 것이다.
취임 이후 올해 말까지 그가 처리하게 될 누적 규제 처리 건수가 1만 4,000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수많은 규제와 애로 처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최근 쌍용차 협력사들의 애로 해결을 꼽았다. 그는 “쌍용차의 1차 협력사가 300곳, 2차 협력사가 2,000곳 정도 되는데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협력 업체가 부도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보·신보·국회·청와대 등 수많은 정부 기관과 협의를 했다”며 “경기도는 내년에 특례 보증을 하기로 했고 신보도 10월부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 대표로서 그는 중기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기 옴부즈만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해결하고 싶은 애로로 ‘중기 제값 받기’를 통한 중기 인력난 해소를 꼽았다. 중기는 대부분 대기업을 비롯해 정부 기관에 납품을 하는데 납품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기의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못해 임금이 낮고 임금이 낮은 중기를 청년들이 기피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운영하던 회사의 경우 연봉이 IMF 구제금융 이전인 1997년 당시 현대차그룹 직원의 85% 정도로 차이가 많지 않아 인력을 뽑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현재는 40% 정도밖에 받지 못하는데 어떤 청년이 오고 어떤 부모가 자식을 중기에 보내고 싶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게 바로 중기 발전의 저해 요인”이라며 “정부도 중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가격을 올려줘야 한다”며 “특히 공공 기관부터 최저낙찰제를 없애고 ‘최적낙찰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옴부즈만의 권한이자 기능 중 하나인 ‘권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간 규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돼 ‘권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실무자 협의 단계에서 건의가 수용되는 일이 많아졌기에 ‘권고’가 별로 없었다. 계속 협의를 해야 하는 상대 부처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옴부즈만의 무기 중 하나인 ‘권고’ 카드를 별로 꺼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올해 말부터는 규제 개선을 약속한 부처가 제대로 이를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규제 개선이 완수됐는지 끝까지 AS를 해주자는 생각이다.
중기 옴부즈만으로 취임한 후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규제·애로 해소를 위해 어디든 달려갔던 그는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던 ‘중기 옴부즈만으로서의 시간’을 정리할 회고록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해온 그의 일기장은 온통 중기 규제·애로 해소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고 귀띔했다.
He is…
△1957년 전남 장흥
△2004~2019년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2005~2015년 ㈔한중경제협회 부회장
△2011~2015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1~2016년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사회공헌위원회 위원
△2013~2015년 중소기업중앙회 일감몰아주기대책위원회 위원장
△2017년 동북아평화경제위원회 공동 위원장
△2018년~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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