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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탄소 속도내며 사회적 비용은 '쉬쉬'

■탈탄소發 고용지원 세금 年 20조 걷어야

NDC 31.4% 때 총 비용 274조

자체 추산하고도 외부공개 꺼려

산업·발전·고용 등 파급력 커

투명성 중요한데 '득'만 강조

"지원에 투입될 세금 규모 명시

국민의 동의 먼저 구해야" 지적





정부의 2030년 탄소 감축 목표치(NDC) 논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장밋빛 미래를 거듭 조명하면서도 이행에 따를 피해는 최대한 감추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산업과 발전, 고용 부문이 감내해야 할 몫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목표치 설정에 앞서 사회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끝내 비용을 밝히지 않은 채 상향된 감축 목표치를 지난 10월 법에 못 박았다.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 국민에게 미치는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비용과 편익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기본”이라면서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공개한 탈(脫)탄소에 따른 영향 분석은 지난달 내놓은 A4 1장 분량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사실상 유일하다. 당시 정부는 NDC를 상향 조정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07%로 소폭 감소하고 고용은 되레 0.0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탈(脫)탄소 드라이브로 인한 경제 충격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투입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두루뭉술하게 담겼다. ‘사회 전 부문에 탄소 저감을 위한 탄소가격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세수는 탄소 중립 촉진, 고용 전환 지원에 활용한다’는 가정을 달긴 했지만 지원에 투입될 구체적인 세금 규모는 명시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인사들에 따르면 고용 지원을 위해 투입할 것으로 상정된 세금은 20조 원에 달한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 고용 충격을 막을 수 있다면서도 정작 세금을 내는 당사자가 얼마를 내야 할지는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관계자는 “배출된 탄소에 세금을 매기겠다고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연구를 위한 가정일 뿐”이라면서 “탄소세를 실제 도입할지, 톤당 얼마를 과세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적으로 NDC 이행에 따를 비용을 추산했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NDC 상향안을 놓고 부처 간 논의를 진행하던 지난 7월께 정부는 감축 목표치를 31.4%로 설정하고 발전과 산업·수송 등 주요 분야에 투입될 비용을 각각 나눠 산정했다. 조사 결과 감축에 필요한 총비용은 274조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금액이다.

부문별로 보면 배출 비중(전체의 37%)이 가장 큰 발전 부문에서 탄소를 줄이는 데 195조 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조사됐다. 석탄발전소를 대체해 LNG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이를 전력망에 연결할 송배전 설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안한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탄소 감축 설비를 도입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원료를 확보하는 데 54조 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외에 수송 분야의 탄소 감축과 탄소 포집 저장 기술 확보에 각각 16조 1,000억 원, 8조 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계를 하긴 했지만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실제 이행 비용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불확실한 추계안을 공개하는 게 다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행 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면 목표치라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 내에서는 단일 목표치를 설정하기보다는 복수의 목표치를 둬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여당 등이 목표치 상향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NDC 상향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위해선 득실을 따지는 게 기본”이라면서 “이행 비용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데도 ‘득’만 우선 부각해 감축률을 올려 잡은 모양새라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NDC가 정해지면 발전과 산업·수송 등 사회 전 분야에 전에 없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치를 못 박기에 앞서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지, 전기 요금은 얼마나 오르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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