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고가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 흥행 몰이에 또 성공했다. 앞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에 이어 독일 디자이너 질 샌더와 손잡고 선보인 '+J 컬렉션'까지 패션 마니아층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면서 국내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는 12일 오전부터 일부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에서 '+J' 컬렉션 판매를 시작했다. +J 컬렉션은 2009년 유니클로와 디자이너 질 샌더가 협업해 만든 브랜드다. 당시 유니클로 명동점과 강남점 등에는 +J 컬렉션을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생겨났다. 이후 유니클로는 론칭 12년 만인 지난해부터 올 봄에 이어 가을·겨울 시즌에도 +J 컬렉션 판매에 나섰다.
이번에 선보인 +J 컬렉션은 패딩과 코트, 스웨터 등으로 구성됐다. 여성 패딩은 14만~19만 원대, 여성 코트는 24만~29만 원대다. 스웨터류는 5만~10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질 샌더 브랜드 코트가 30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이번 +J 컬렉션은 브랜드와는 무관하게 디자이너 질 샌더 개인이 유니클로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유명 디자이너 협업 상품이 저렴한 가격에 풀리자 유니클로 신사점과 롯데월드몰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아이파크 용산점 등 일부 매장 앞에는 오픈 전부터 50여명의 대기 인원이 생겨났다. 공식 온라인몰에서도 인기 패딩 일부 사이즈가 품절 상태다. 유니클로는 사재기 현상을 막기 위해 1인당 동일 상품의 색상별 구매 가능 개수를 1개로 제한했다. 유니클로 신사점에서는 한 고객이 가격이 높은 패딩과 코트를 제외하고 스웨터류로만 80만 원어치를 구매해가기도 했다.
유니클로가 유명 브랜드 컬렉션을 내놓는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유니클로가 지난달 15일 일본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 협업한 컬렉션을 내놓자 온라인몰에서는 오전 8시 이전에 전 상품이 모두 완판된 바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다.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은 일본 디자이너 아이자와 요스케가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20~30대 소비층에서는 '신(新)명품'으로 불린다. 유니클로 컬렉션은 10~20만 원대였다.
패션업계는 유니클로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사업 정상화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클로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매장 수는 190여 개에서 130여 개로 줄었고, 아시아 대표 매장이었던 명동중앙점은 올해 1월을 기점으로 폐점했다. 국내 1호 매장 중 한 곳인 롯데마트잠실점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다만 연쇄 폐점에 관리 비용이 줄면서 2021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기준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다. 유니클로의 2020 회계연도 매출은 6,2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1% 감소했고, 적자는 884억 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약 1년 만에 신규 매장인 부산 사하점을 개점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브랜드"라며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지속하면서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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