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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선택의 시기를 ‘양비론’(兩非論)으로 회피할 수 없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미·일·유럽도 對中 균형 추진하지만

경제·안보적 기존질서 위협엔 맞서

대통령 선거 치르는 '민주' 한국도

확실한 가치로 선택의 결단 내려야





동북아시아의 한일중 3국이 미래를 위한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국민은 지난 10월 31일에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자민당에 당초의 예상과는 다른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이라고 칭하는 261석의 승리를 안겼다. 기존의 276석에서 15석이나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 세 가지가 지적된다. 첫째는 50%대 중반을 겨우 넘는 저조한 투표율(55.93%)로, 낮은 투표율이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자민당과 공명당에 결국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전략적 실패로, 공산당을 포함해 야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산당에 대한 불신 및 우려가 큰 가운데 공산당을 포함한 단일화 전략이 실패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정부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비하고 그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그것이 바람을 일으킬 만한 것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2009년 집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2012년의 선거에서 다시 야당으로 전락해 형성된 제1야당의 입헌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아직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총선거의 특색 중 하나로 최근 전개되는 미중 경쟁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외교 안보 노선이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공세적 부상에 대해 ‘쿼드’와 같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대응한다는 것에 일본의 야당들도 찬성하거나 일본 국민들의 지지로 인해 이슈화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만큼 일본의 외교 안보 노선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것임을 재확인하는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은 이달 11일 폐막한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의 ‘역사결의’를 통해 ‘시진핑 사상(시진핑 신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와 21세기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중화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로서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시진핑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기반이 공고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시진핑의 개인적 권력욕이나 이념적 성향 등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시진핑에 대한 이러한 황제화 시도가 일단은 기존의 제도 하에서 추진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이는 ‘홍콩 사태’나 어린이들의 게임 시간 및 연예인의 출연 등을 제한하는 최근의 행태에서 나타나듯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개인의 자유’보다는 ‘정부 개입의 우선성’을 인정하는 권위적 전통 및 문화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개입의 무제한성이 함의하는 문제점에 대해 역사적으로 반성하며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난 세기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반성하지 않은 채, 최근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의 민주주의 양식이 천편일률일 수 없다”는 자만에 빠져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중국적 접근 방식이 지니는 문제점을 민주화를 겪으며 성장한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 없을 것인데, 차기 대통령 선거를 3개월여 남겨둔 ‘민주’ 한국에서 현재의 동북아시아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중의 양자 선택 사이의 균형이라거나 어느 쪽에도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양비론’ 등의 견해가 전문가들로부터도 제시돼 혼란을 초래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그들 역시 대중 균형을 추진하지만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기존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막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이의는 없다. 확실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균형인 것이다. 이처럼 ‘선택의 시기’에는 자기 정체성에 맞는 가치를 중심으로 선택의 결단을 내려야지 어중간한 박쥐형 양비론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기존의 ‘자유’ 질서에 기초해 현재의 발전상을 일궈낸 ‘민주’ 한국으로서도 이러한 견해에 이견이 있을 수 없고, 그러한 질서가 굳건히 유지되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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