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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여권 특권'에 눈먼 금배지·정부

외교부, 자녀혜택 연령 하향 반대

국회는 대상자에 의원 추가 요구

현행 대한민국 여권. 왼쪽부터 일반여권(녹색), 관용여권(황갈색), 외교관 여권(남색)./사진=외교부




입법 절차에 들어간 외교관 여권의 발급 조건 강화를 놓고 당사자들의 특권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관 여권은 범죄 면책 등 각종 특혜가 주어지는 만큼 발급 조건이 엄격해야 하는데도 외교부는 외교관의 성인 자녀도 보호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은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자에 국회의원도 포함시키는 안을 냈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발의한 ‘여권법 일부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시행령과 시행 규칙에 따라 발급하던 관용 및 외교관 여권의 발급 대상을 법률로 상향 규정하면서 발급 조건을 강화했다. 현행법상 외교관들의 만 27세 미만 미혼 자녀도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자가 되는 것은 과도한 특혜이니 발급 대상 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중요 외교 요인으로 간주되는 만큼 일부 국가에서 경범죄 면책, 비자 면제 등 특권을 갖는다. 공항에서 불시 소지품 검사도 피할 수 있다. 현행 여권법 시행령이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을 전·현직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대법원장 등으로 엄격히 제한한 이유다.

외교부는 자녀들이 군 복무, 대학 교육 등을 마치는 27세는 돼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외통위에 따르면 외교부는 “동반 자녀 연령 하향시 학업 등 부모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자녀의 현지 동반에 어려움이 있다”며 “가족 구성원의 분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관 자녀들이 성년(민법 제4조·만 19세 이상)이 한참 지나서도 부모와 동거를 이유로 외교관 여권 특혜를 누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와 스페인·스위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외교관 자녀가 성년이 되면 이 같은 특권을 박탈한다.

국회가 외교관 자녀의 특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교부를 압박해 국회의원이 외교관 여권 특혜를 누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안 제4조의3에 따르면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 자격으로 ‘현직 국회의원’이 추가됐다. 외통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미국·네덜란드 등 주요국에서도 국회의원에게는 외교관 여권을 조건부로 발급하는 게 원칙”이라며 “의원들이 특권 의식을 버리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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