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미국과 위기감을 키워왔던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개의 중미 공동 성명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으로 미국의 역대 정부는 이에 대해 분명한 약속을 했다”며 대만과의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최근 종료된 19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통해 채택한 ‘역사 결의’도 언급하며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내치에 간섭하는 행위에는 무엇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만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고 있고 미국 역시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두고 ‘불장난’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를 두고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으로 대만과 미국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미중 정상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보이겠지만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등이 신장자치구 등을 거론하며 비판해온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 주석은 “한 나라가 민주적인지 아닌지는 자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인권을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이 주요 2개국(G2) 국가로 세계를 이끌고 있으며 자신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있음을 회담 곳곳에서 드러냈다. 그는 “세계 2대 경제 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미국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는 각자 내정을 잘 운영하는 동시에 세계적 책임을 분담하고 세계 평화와 발전의 숭고한 부름을 전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며 중미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탄압하기 위해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거나 지나치게 억누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책임 있는 거시경제 정책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