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회사 설명회를 열고 팬덤은 물론 시장까지 충격을 안겨준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BTS의 굿즈를 요즘 핫한 NFT를 적용해 판매하겠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어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도 NFT 사업 본격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JYP, 스튜디오드래곤 등 많은 엔터사업자들이 NFT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죠. 시장은 엔터업계가 새로운 시장을 넓혀가게 될 거라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경우엔 사업 발표와 함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소비자인 팬들은 NFT 굿즈 제작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상품화한다는 이유에서죠.
NFT가 대체 뭐길래 엔터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NFT 사업에 진출하고, 시장은 환호하고, 팬들은 화를 내는 걸까요?
◇ NFT, 디지털 자산에 붙이는 인증마크
이들의 엇갈린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NFT가 뭔지 알아야 합니다. NFt란 대체 불가능 토큰( Non-fungible Token)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기술인데요. 디지털 세상에서는 무엇이든 복제가 너무 쉽습니다. 간단히 복사, 붙여넣기만 하면 모든 걸 다 복제할 수 있죠. 글이나 사진, 음악이나 영상도 예외는 아닙니다. 또, 원본과 100% 일치하게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복제품이고 원본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세상의 자산은 그 가치가 매우 낮습니다. 복사금지 설정을 해놓더라도 스크린캡쳐 키만 누르면 무엇이든 복사할 수 있으니까요.
◇ 메타버스의 확장이 NFT 시장을 키운다
중요한 건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프라인 세상만큼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또 디지털 세상에 현실 세계만큼, 어쩌면 더 넓은 세상이 생길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 얘기죠.
그런데 현실세계만큼 정교한 디지털 세상을 구축하려고 보니 찝찝한 게 하나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서 내가 아이템을 하나 샀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복사해 간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하기 애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NFT가 필요한 건데요. NFT는 디지털 세상 속 자산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그 자산이 아무리 복제되더라도 원본은 하나라는 걸 증명하고, 또 그 원본이 누구의 소유인지를 확실히 할 수 있게 합니다.
◇ NFT의 현재는? 짤부터 트윗까지 거래한다
NFT는 앞으로 펼쳐질 메타버스 속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현재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 가치도 날로 높아지고 있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저장할 수 있는 이미지, ‘짤’이 대표적입니다. ‘짤’에 NFT를 붙이면 ‘이 파일이 이 유명한 짤의 원본입니다’라고 인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짤’을 좋아하는 사람은 원본을 갖고 싶어서 거액을 주고 사는 겁니다. NFT가 없었더라면 복붙으로 저장했을 수많은 복제’짤’ 중 하나였겠지만, NFT 덕에 원본 ‘짤’이 탄생하게 됩니다. NFT를 통해 디지털 파일에 서사를 불어넣어주고,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NFT 거래는 이미지나 영상 등의 콘텐츠가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올해 초엔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가 15년 전에 트위터에 최초로 쓴 트윗이 NFT 경매를 통해 약 33억원에 팔렸습니다. 단순히 캡쳐된 트윗이 아니라 NFT 인증이 붙은 진짜 원본이니까 매우 의미있는 텍스트가 되는 겁니다. 트위터라는 플랫폼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33억원의 가치를 하는 희소성있는 자산일 것이고요.
이런 이유에서 전세계적으로 NFT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 코인까지 가격 급상승, 커지는 NFT 시장
이에 맞춰 덩달아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NFT를 사고팔 수 있는 코인입니다. NFT는 현금으로 거래되는 게 아니라 가상화폐를 이용해서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NFT거래가 가능한 코인들(이더리움, 디센트럴랜드, 샌드박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메타버스를 비롯한 NFT 산업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하이브가 NFT에 진출하겠다고 하니 시장이 환호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하는 산업 중 하나가 메타버스이기 때문이죠. 지난 달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꾼 것에서도 ‘메타버스’의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건 하이브와 SM와 아이돌 기획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습니다.
◇ 확장하는 NFT 시장, 주의점은 없을까
그러나 NFT 시장이 짧은 기간 급속도로 성장한만큼 해결되어야할, 그리고 생각해봐야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NFT와 관련한 정책과 법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NFT의 재산권 인정기준과 범위조차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NFT는 작품의 ‘원본증명서’일뿐 저작권까지 포함하지 않습니다. 즉, NFT를 샀다고 해도 해당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사용은 불가능하죠. 심지어 현실에서 별도로 저작권 거래가 이뤄질 경우 NFT를 가지고 있어도 저작권법에 의해 사용권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상의 NFT는 A라는 사람이, 저작권은 B라는 사람이 샀다면 A는 아무리 NFT가 있어도 B가 제공하는 루트를 통해서만 영상을 봐야 법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두 번째, NFT의 안정성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NFT는 안정성도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NFT가 원본증명서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건 맞습니다. 다만 콘텐츠가저장된 위치와 같은 세부 정보는 결국 데이터링크에 저장되는데요. NFT가 이 데이터링크의 안정성까지 보장해주는 건 아닙니다. 데이터링크는 도메인 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도메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비싸게 주고 산 작품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거죠.
NFT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회의를 갖는 시각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NFT가 무한복제, 도용에 취약했던 디지털 아트에 ‘원본’이라는 인증을 부여하면서 희소성이라는 보호체제를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NFT를 도입하는 분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발표한 것처럼 아이돌 굿즈로 쓰이는 포토카드,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원같은 콘텐츠에 NFT를 부여하는 경우에는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존에 유통되던 것과 똑같은 포토카드일뿐인데 NFT가 부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엄청나게 뛴다거나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음악에 NFT가 붙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냐는 거죠.
BTS의 NFT 포토카드 출시 소식에 많은 팬들이 화가 난 것도 이 점 때문입니다. 이미 위버스(하이브의 팬 커뮤니티)에서 문제 없이 팬 문화가 펼쳐지고 있는데 굳이 여기에 NFT를 더한다는 사업 방향에 의문을 갖는 건데요. BTS의 팬덤은 하이브의 NFT 진출 선언이 플랫폼 강화가 아니라 굿즈 비용을 높이려는 수작 혹은 사실상 새로운 코인을 출시하려는 ‘돈놀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NFT는 가상자산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은만큼 탈세의 수단으로 쓰일 위험이 있습니다. 또 암호화폐로 거래되는만큼 가격 안정성 또한 보장되지 않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적 제도가 미비한만큼 투자자들이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지 못할 확률도 높습니다. 이런 수많은 논란들이 해결되지 않은채 시장이 자꾸 커지다보니 버블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거고요.
NFT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여러 우려점을 언급하긴했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개념이 들어서면서 생기는 일시적 문제들일지도 모릅니다.
NFT의 급격한 성장이 정말로 버블일지, 아니면 또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계기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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