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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희토류 독립 첫발도 못 뗀 韓…K배터리, 백일몽 그치나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하> 치열해지는 자원 공급망 확보 경쟁

◆10년전부터 공들인 각국

美, 희토류 생산재개 등 자립 잰걸음

유럽은 연합결성 전략광물 확보 추진

日도 국영기업 통해 광산 투자 적극

◆한시가 급한 韓 소재독립

배터리 세계 점유율 53% 달하지만

희토류 등 원자재 해외 100% 의존

동맹 중심으로 한 국제적 협력 절실





지난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와 무기화가 가시화되자 중국 밖에서 200여 개의 희토류 광산 개발 회사들이 탐사를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2010년 이후 세계적인 희토류 개발 붐이다. 2010년 중국의 수출 규제로 희토류 가격이 치솟자 광산 개발 자본이 희토류로 더욱 몰리기 시작했다.

희토류는 개발에서 상업 생산까지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많은 경우 탐사나 생산의 결과 다양한 이유로 경제성이 떨어져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발 시 동반되는 토륨·우라늄 같은 방사성물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다.

중국이 낮은 비용으로 희토류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환경 비용과 규제를 부담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희토류 광산들이 개발됐지만 최종 경제성을 가지고 개발에 들어간 경우가 소수에 불과한 것은 산업적 경제성을 가졌으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동시에 투자자가 나서야 하는 3박자가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와 국제 희토류 가격 급등으로 희토류뿐 아니라 다양한 전략 광물 수급의 취약성에 대한 각국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들이 적극 나서 희토류 및 전략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광산 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주요 수요처인 미국·일본·유럽 국가들은 자체 매장량이 제한적이라 일부 국내 생산을 하지만 호주·아프리카·그린란드·미얀마·인도·브라질·베트남 등은 해외 희토류 개발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0년 이후 중국까지 국내 희토류 개발과 수출을 제한하며 해외 희토류 광산을 본격적으로 물색하면서 상황은 중국과 서구 국가들 간의 희토류 해외 자원 쟁탈전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희토류는 물리 화학적 특성에 따라 경희토류(LREE)와 중희토류(HREE)로 나뉘며 중희토류는 경희토류에 비해 부존량이 적고 매장 지역이 편중돼 있다. 중희토류가 중요한 것은 테르븀(Tb)·디스프로슘(Dy) 등의 중희토류가 영구자석 제조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경희토류인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도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현재 국가들 간 희토류 쟁탈전의 주요 대상은 17개 희토류 원소 가운데 특히 디스프로슘이다. 디스프로슘 수요의 95%는 영구자석에 소요되기 때문에 영구자석 수요 증가에 따라 디스프로슘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디스프로슘 전체 수요를 1,800톤으로 볼 때 오는 2050년에는 최저 1만 4,000톤, 최고 5만 톤의 디스프로슘 수요가 예측된다.

영구자석에 필요한 디스프로슘 부족이나 가격 급등에 가장 민감한 산업 분야는 풍력터빈, 특히 해상 풍력터빈 제조와 전기자동차다. 2003년 5월 ㎏당 35달러였던 디스프로슘 가격은 2011년 2월 375달러, 같은 해 12월에는 3,500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이 안정된 2020년 8월 현재 350달러 내외에 형성돼 있으며 이는 다른 희토류 소재에 비해 10배 정도 되는 가격이다.

경희토류와 중희토류의 매장량과 생산량 비중은 18 대 1로 경희토류가 압도적으로 많다.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중국 남부 장시성으로 희토류 도시라 할 수 있는 간저우시를 중심으로 영구자석 공장 수백 개가 몰려 있다. 세계 영구자석의 90%가 여기에서 공급되는 것이다.

미국·일본·유럽 국가들이 희토류 확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사안은 국내 혹은 중국 밖의 어느 국가와 지역에 중희토류가 묻혀 있는가다.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0년 90%에서 2018년 70%, 2020년 58%로 대폭 낮아졌다. 중국의 생산 비중을 줄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희토류 기업은 호주의 라이너사다. 2011년 중국의 수출 규제 이후 중국 희토류에 90% 이상을 의존하던 일본 정부는 이를 축소하기 위해 라이너스사의 마운트웰드 광산에 투자하게 된다. 라이너스사는 서부 호주 마운트웰드 희토류 광산에서 2013년 1,000톤에 불과했던 희토류 생산량을 2018년 1만 9,000톤까지 확대했다. 마운트웰드에서는 희토류 원재료만 생산하고 가공과 분리는 라이너스사의 말레이시아 가공 분리 시설에서 한다. 라이너스사는 중국 밖에 있는 최대의 디스프로슘·네오디뮴 원재료 채굴과 가공 분리 기업이다. 이제는 일본 희토류 수요의 30%를 라이너스사가 공급해 일본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대폭 낮아졌다.



미국 정부는 국방부가 선두에 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희토류 국산화 작업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12년 조업이 중단됐던 마운틴패스 광산에 월가와 미국 국방부의 투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희토류 생산이 재개됐다. 2019년 미국은 2018년 대비 8,000톤 늘어난 2만 6,000톤의 희토류를 생산했으며 이로써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희토류 생산국이 됐다.

호주 희토류 광산 업체 라이너스사와 미국 화학 업체 블루라인이 합작해 텍사스 지역에 희토류 분리·정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그린란드를 통째로 매입하려고 시도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그린란드 남부 크바네피엘드 희토류 광화대에 중희토류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미국은 우주탐사를 통한 희토류 확보를 선언하고 캐나다·일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협력 체계를 선언했다.

2019년 미국 콜로라도에 본부를 둔 USA레어어스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USA레어어스는 최초로 미국 내에 중희토류 원재료 생산에서 영구자석 부품 제조까지 완전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이를 위해 서부텍사스 엘파소에서 85마일 떨어진 라운드톱 중희토류 광산을 사들이고 여기서 채굴된 중희토류는 콜로라도 휘트리지 가공 분리 공장으로 가져가게 된다. 휘트리지는 광산과 자원 분야의 최고 전문대학원인 콜로라도광산대학원이 위치한 곳으로 산학 협력을 위한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콜로라도 처리 시설은 중국 밖에서는 최초로 경희토류에서 중희토류까지 모두 분리 가공하는 시설이다.

영구자석 부품 제조를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에 과거 히타치메탈이 운영하던 공장을 재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는 정책들을 신속히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일부 지역에서 희토류 매장이 확인되고 있으나 경제성이 없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과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20년에는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1위 희토류 수입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다만 전기차·풍력발전 등에 필수적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전체 수입액의 88.0%에 달해 대중 의존도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희토류 수입 비중은 2011년 71.6%를 기록한 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일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한 것이 특이점이다. 2020년 희토류의 국가별 수입 비중은 일본이 40.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중국(35.2%), 대만 (9.9%), 미국(1.6%), 러시아(0.7%) 순이다. 금속 및 합금은 대부분 중국(91.8%)에서 수입되는 반면 화합물은 일본(44.1%)에서 수입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최근 영구자석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는 첫 시도로 호주의 광산 개발 회사가 희토류를 채굴해 산화물 형태로 공급하고 이를 국내에서 환원해 합금으로 생산한 후 자석으로 가공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와 풍력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세계적 선도국가다. 2020년 현재 세계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은 52.9%로 압도적이다.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은 11.9%에 불과하다. K배터리의 치명적 약점은 ‘불안한 원자재 공급’이다. 미국·유럽·일본은 10년 전 중국발 희토류 공급 위기 이후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제 공급망 위기가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공급망 독립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렸으며 공급망 구축의 첫걸음은 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이라는 인식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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