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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의 벨루가와 ‘전시당하는’ 동물들[지구용 리포트]

7살 아이 수준 지능, 7년째 수족관에...동료 벨루가 둘은 사망

동물단체 촉구에 방류 계획 밝혔지만 ‘동물 전시’ 숙제는 여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홀로 남은 벨루가 ‘벨라’.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최고 인기 스타는 단연코 벨루가(흰고래)다. 커다란 몸집에 귀여운 얼굴, 조련사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 똑똑함까지. 하지만 수족관의 벨루가는 과연 행복할까. 벨루가뿐 아니라 ‘전시당하는 동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개장할 당시만 해도 벨루가는 세 마리였다. 하지만 2016년 4월과 2019년 10월에 차례로 죽고 지금은 마지막 한 마리 ‘벨라’만 남았다. 야생 벨루가의 수명은 길게는 80년에 달한다. 북극해에서 매일 100㎞씩 유영하던, IQ가 70~80으로 일곱 살 아이 수준에 달하는 벨루가에게 좁은 수조는 어떤 곳일까. 꾸준히 해양 포유류 이슈를 다뤄 온 핫핑크돌핀스의 나영 서울지부장은 “사람으로 치면 독방에 갇힌 셈”이라며 “벨루가 정도의 지능이면 자신들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족관에서 전시되다 죽은 돌고래는 최근 5년간 20마리에 달한다. ‘돌고래 타기 체험’으로 악명 높았던 거제씨월드에서는 2014년 개장 이후 11마리나 죽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에 갇혀 있는 고래류는 23마리에 이른다.

거제씨월드 방문객들이 사육사와 함께 벨루가를 만져보고 있다. 지난 2014년 개장한 거제씨월드에서는 돌고래 11마리가 죽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핫핑크돌핀스는 롯데월드몰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꾸준히 벨라의 방류를 촉구해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롯데월드 측에서도 입장을 내놓았다. ‘야생 방류’를 최종 목표로 삼아 벨라에게 각종 적응 훈련을 시켜왔고 이르면 내년 말 아이슬란드나 캐나다의 방류 적응장으로 보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방류 적응장은 바다로 돌아가기에 앞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야생 적응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해외 방류 적응장과의 보안 유지 협약, 벨라의 훈련 속도 때문에 확실한 이송 시점과 대상지는 공개하기 어려운 상태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방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며 벨루가를 방류 적응장으로 보낸다 해도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창펑수족관의 벨루가 두 마리를 아이슬란드의 방류 적응장으로 보내기까지 6년이나 걸린 전례도 있다.

벨라의 이야기는 전시당하는 모든 동물을 돌이켜보게 한다. 교육과 여가라는 명분으로 동물원, 수족관, 동물 카페에 갇힌 숱한 생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비교적 나은 환경을 갖춘 대형 동물원에서도 동물들은 죽고 반복적인 자해 등 정형행동을 보인다. 동물 보호 단체들에 따르면 2014년·2018년에 각각 사망한 에버랜드의 북극곰 ‘얼음이’와 ‘통키’도 정형행동을 나타냈다. 동물원·수족관을 점진적으로 동물 보호·연구 시설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는 이유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나연 홍보팀장은 “동물원은 종 보존과 연구라는 원래 취지대로 서식지가 파괴된 동물 등을 보호·연구하는 공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상으로 인해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든 동물들이 많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좁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한곳을 빙빙 돌거나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고 심지어 자해를 하는 등의 정형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아르헨티나의 한 동물원에 갇힌 오랑우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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