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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국회의 시간, 홍남기의 선택

◆황정원 경제부 차장

황정원 경제부 차장




바야흐로 국회의 시간이다. 정부의 입장과 달리 여야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내년에서 오는 2023년으로 1년 늦추고 1세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 10억 원 유지 논란에서 보듯 세법은 여야가 합의해 밀어붙이면 정부도 사실상 어쩔 도리가 없다.

예산은 다르다. 집권 여당 대선 후보가 1인당 20만~30만 원의 전 국민 일상회복 지원금 지급을 요구해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예산안에 새 비목을 넣으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국회에서 증액을 할 때도 홍 경제부총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내년 정부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이 가까워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또다시 기재부 때리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국민이 공직자에게 권한을 맡길 때는 그 권한을 활용해서 필요한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걸 왜 안 쓰냐, 최대치로 써야지”라며 “당은 제 페이스대로 많이 바뀌었는데 기재부는 죽어도 안 잡히더라”고 비판했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는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전 국민 지원금은 한발 물러섰으니 지역화폐 예산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하한액(10만 원) 상향은 양보하라는 메시지다. 여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당초 책정된 6조 원에서 올해 규모(21조 원) 이상으로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10조 원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당정 충돌 관계에서 ‘10전 1승 9패’ 또는 ‘백기를 들었다’ 식으로 왈가왈부해도 올해 따지고 보면 홍 부총리가 거듭 완승을 거뒀다. 올해 가구소득 하위 88%에 1인당 25만 원의 국민지원금 지급을 결정할 때도 사표를 꺼내다시피하며 보편 지원을 막았고, 이번 이 후보의 전 국민 지원금 갈등 때도 ‘재정 원칙과 기준’을 고수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나 같은 공무원에게 줘서야 되겠느냐’는 신념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 그리고 이제 취임 3년을 앞둔 맷집이 배경으로 꼽힌다.

대선을 100일 앞둔 시점인 만큼 여당은 604조 4,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을 더 늘리자고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10년 만에 국회에서 총지출을 순증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년 시작과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재차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산안 심사 막바지 단계는 국회의 시간이자 홍 부총리의 시간이다. 추가 세수가 예측보다 더 들어오면 ‘공돈’처럼 생각해 더 쓸 게 아니라 내년에 발행하기로 예정된 적자 국채 규모를 줄이면 된다. 후대 역사에서 최장수 경제부총리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이번 주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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