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10일(현지 시간)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도 자국 중심의 국제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며 세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 국가를 묶는 방식으로 적어도 미국과 대등한 글로벌 패권국이라는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마티아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클라스 노트 금융안정위원회(FSB) 위원장 등과 화상 ‘6+1 원탁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강력하고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세계 경제 성장 촉진'이다. 지난 2016년부터 개최돼온 이 회의는 당초 중국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점차 차이나머니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을 키우는 자리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화통신은 “참석자들은 이날 글로벌 정세와 경제 거버넌스,
중국의 개혁 개방을 통해 세계 경제의 질적 발전을 촉진하는 의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주도의 국제회의는 최근 보름 동안 무려 다섯 차례나 진행됐다. 지난달 22일 중국·아세안 화상 정상회의, 29일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화상 장관급 회의, 이달 3일 중국·라틴아메리카 협력 포럼 화상 장관급 회의, 4일 ‘중국식 민주’ 온·오프라인 국제 포럼 등이다.
앞서 네 차례 회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하거나 직접 기조연설을 통해 ‘공약’을 발표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농산물을 향후 5년간 1,500억 달러(약 178조 원)어치 구매한다든지 아프리카 국가들에 내년까지 10억 회분의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한다는 것 등이다. 4일의 ‘중국식 민주’와 관련한 온·오프라인 국제포럼에서는 “중국의 ‘인민민주’가 서방식 민주주의보다 훌륭하다”고 강변했다.
특히 잇따른 회의는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응하는 성격도 띤다.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110여 개국을 모을 수 있다면 중국은 차이나머니를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패권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차원이기도 하다. 리처드 무어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한 심포지엄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치를 지나치게 자신하다가 오판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의 직접적인 해외 팽창도 이어지고 있다.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아프리카 서부 국가인 적도기니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마주한 대서양 쪽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생기는 셈이다. 이미 적도기니에는 중국이 만든 상업 항구와 고속도로망이 있다. 적도기니 해군기지는 기존 지부티 해군기지와 함께 중국의 아프리카 포위를 완성하게 된다.
중국은 또 희토류 관련 국유기업들을 합병해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희토류그룹’을 이달 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55%, 제련의 8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한 국유기업이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왕궈칭 란거철강정보센터 연구부장은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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