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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형사책임감면 법 개정 "불필요" "현장대응 강화" 시민사회·경찰 의견 팽팽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 문제점과 대안’에서 승재현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캡쳐




경찰이 직무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놓고 시민단체와 경찰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 문제점과 대안’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에서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실제 형사처벌된 사례는 극히 드물고 형사처벌을 하게 되더라도 정상을 참작해 상당히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 변호사는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이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형법 제20조)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돼 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개정안이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닌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감면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이는 정당하지 않은 법 집행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자는 것과 같으므로 법치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2019년 처리된 공무원 독직폭행 사건은 총 7,254건인데 기소는 16건만 이뤄졌으며 기소된 경우에도 상당수 선고유예로 형사책임을 지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민관기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국대표(청주 흥덕경찰서 경위)는 주취자가 음주소란을 피웠을 때 공권력과 치안 서비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며 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 경위는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이 하루에 5만건인데 주취상태 신고가 90%를 차지한다”며 “도로에 위험한 주취자가 있어서 순찰차에 태우고 지구대로 데려오면 다음 날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들에게서 강제로 연행돼 불법 감금을 당했다'면서 진정을 내는데 그럼 경찰관은 그냥 돌아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민 경위는 "법률적·제도적 보완 없이 과도한 공권력 제한으로 경찰관이 치안현장에서 온몸으로 범죄행위를 막고 있다"고 현장의 사정을 전했다. 그는 “지역경찰관 약 4만 6,000여명 중 1년에 1만 8,000여명이 범죄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칼·흉기 등에 의한 피해로 생사의 위험에 처한 상태에서 근무한다”며 “면책조항 신설로 경찰관의 형사소송 스트레스를 해소해 현장 치안력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현장 경찰관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만호 경찰직장협의회 3부 조직연대 3차장은 “현장 경찰이 오판해서 피해자나 제3자를 검거하는 경우 경찰이 잘 좀 하지 왜 사고 냈냐고 하면 나중에 똑같은 사고가 났을 때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연식 경남경찰청 직장협의회장(경위)도“현장은 정말 급박해서 순식간에 판단해야 하는데 법률전문가들은 나중에 논리적으로 잘했냐 잘못했냐를 따진다”고 털어놨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3의 대안을 제안했다. 그는 경찰의 직무활동에 면책이 적용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적법한 공권력의 행사임을 강조하면서 면책 규정을 선언적 규정으로서 넣되 적용범위는 오상방위로 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오상방위란 정당방위의 요건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주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방위행위로 나아간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경찰이 피해자가 범인에게 위협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주거지에 들어가기 위해 재물손괴를 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 고위층과 현장 경찰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민 경위는 “1년 6개월간 현장 경찰관과 경찰청이 이런 논의 테이블 자체를 만든 적이 없다. 20여일 전에 딱 한 번 했다”면서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현장 고충을 들으려고 하지 않다고 하는 게 경찰 조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경찰청이 이 법을 국회에 제안할 때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서만 책임감면을 주장한 게 아니라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해서도 주장했기 때문에 이 논의가 시작된 거다. 현장 계신 분들은 그런 주장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경찰 내부에서 먼저 입장 정리를 해서 정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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