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해외 기업 보조금 지급을 놓고 대만 TSMC와 신경전을 벌여온 인텔의 펫 겔싱어(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입장을 바꾸고 TSMC 띄우기에 나섰다. 인텔이 차기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기 위해서는 TSMC의 3㎚(나노미터) 초미세 공정 생산 라인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지난 13일 대만을 방문해 TSMC 최고경영진과 회동하고 있다. 겔싱어의 아시아 방문은 올 초 인텔 CEO로 임명된 후 처음이다. 겔싱어 CEO는 대만 방문 전 사전 녹화 영상에서 “인텔에 대만은 매우 특별한 곳이고 TSMC의 업적은 환상적”이라며 TSMC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인텔은 대만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겔싱어는 그간 TSMC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며 “TSMC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발언해왔다.
겔싱어의 태도가 바뀐 것은 3나노 라인 확보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는 겔싱어 CEO가 3나노 공정에서 CPU를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TSMC 경영진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은 첨단 칩 제조 분야에서 삼성전자(005930)와 TSMC에 밀려 외부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겨야 하는 처지다.
다만 TSMC가 인텔에 3나노 라인을 공급할지는 불확실하다. TSMC의 최대 고객사는 애플, 두 번째 고객사는 AMD다. TSMC는 이들 두 업체에 첨단 라인 대부분을 우선 배정해왔다. 블룸버그는 "인텔은 TSMC의 최선단 제조 능력이 필요한 동시에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와 경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인텔 CEO로서 매우 까다로운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TSMC 입장에서도 인텔은 경쟁사지만 전 세계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장악한 만큼 높은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어 인텔과의 계약은 '까다로운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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