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를 일주일 앞둔 지난 17일(현지 시간) 오후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5번가 삭스백화점 건너편 보도는 ‘라이트 쇼’를 보기 위해 늘어선 이들로 가득찼다. 6번가부터 록펠러센터 트리를 거쳐 5번가까지 넘치는 인파에 한발짝씩 이동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자신을 제니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야외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맨해튼의 명물인 록펠러 센터 아이스링크와 장난감 가게인 파오 슈워츠(FAO Schwarz)에는 입장을 위해 최소 100여명이 넘는 이들이 줄을 서있었다. 뉴욕경찰(NYPD)이 주변 47번가와 49번가, 50번가 등의 차량통행을 막고 사람들만 지나갈 수 있게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 헤럴드 스퀘어 인근의 메이시스 백화점도 쇼핑객에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겨울철과 맞물리면서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지만 뉴욕시는 쇼핑과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백신 접종확대에 코로나 피로감이 겹쳤기 때문인데 코로나19 환자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약 1억900만 명의 미국인이 여행에 나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연휴 시즌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의 92% 수준이다.
반면 뉴욕을 포함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17일 기준 미국의 최근 1주일 평균 코로나19 신규 환자수는 12만5,838명으로 2주 전과 비교해 20%가량 증가했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전 직원 4,500여명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씨티는 뉴욕·뉴저지 직원들에게 추가 재택근무 옵션을 주기로 했다. 뉴욕시의 간판인 라디오시티의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공연도 취소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미크론 확산에 연말 이벤트가 취소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 같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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