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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이 키운 전기료 폭탄 차기 정권에 떠넘기기


한국전력이 내년 1분기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지난해 말 도입한 연료비연동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 가격이 뛰어 조정 단가가 1㎾h당 29원 10전에 달한다. 한전은 직전 요금 대비 인상 한계인 1㎾h당 3원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인한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상을 보류했다. 전기료 동결로 겉으로는 국민의 부담을 덜었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한전은 올해 인상해야 할 전기료를 올리지 못해 3분기에만 9,367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영업 손실이 4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적자는 나중에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기료를 올리지 못한 진짜 이유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있다. 표심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을 일단 미루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은 전기료를 동결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인상을 미룰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생산 단가가 가장 비싼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율을 70.8%까지 높이고 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발전 비중을 6.1%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로드맵을 밀어붙이면 앞으로 전기료는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무모하게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가 당장에는 미뤄지겠지만 머지않아 날아들 것이 자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천명한 직후인 2017년 7월 “문 대통령 임기 내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료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요즘 추세로 보면 민주당의 약속은 일단 지켜질 수 있다. 대신 차기 정권은 현 정권이 오기로 밀어붙인 잘못된 정책을 뒷수습하느라 진이 빠질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전기료 폭탄을 안기는 탈원전 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과속 탄소 중립 계획도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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