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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생의 혹한기, 열정의 최저점이 왔을 때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누구나 한 번쯤은 겨울을 겪는다.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 윈터링(wintering)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윈터링은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다. (캐서린 메이,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2021년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우리는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인생에서 저마다 다른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매일의 인생이 화창하진 못해도 각자 흐렸다 갰다 하는 날씨 속에서 일상을 꾸려간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는 느닷없이 혹한기를 맞는다. 작가 캐서린 메이에게도 인생의 겨울은 자다가 냅다 뺨을 맞듯이 찾아왔다. 건강했던 남편은 갑자기 수술실에 들어가고, 자부심을 갖고 일상을 꾸려가던 자신은 실직하며 이 와중에 아들은 갑자기 학교에 안 가겠다고 선언한다. 화려하고 대단한 삶은 아닐지라도 꽤 안온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던 생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인생의 여름엔 바캉스를 가고,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며 뜨겁고 바쁜 시절을 보내지만, 이렇게 겨울이 닥치면 홀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행복은 꽃가루처럼 퍼뜨릴 수 있는 것이지만, 고통은 얼음처럼 그저 한자리에서 삭이는 것이다.

세상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서대로 오지만, 인생의 계절은 맥락도 없이 뒤죽박죽 찾아온다. 인생의 겨울에 월동장비처럼 품어야 할 이 책의 첫 문장은 “어떤 겨울은 햇살 속에 온다”이다. 우리는 주위의 누가 지금 겨울을 견디고 있는 중인지 겉으로 봐서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서로에게 봄이 되어주어야 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언젠가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거나, 혹은 지금 견뎌내고 있는 중일 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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