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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토스는 빅테크가 아니다

유현욱 금융부 기자





지난 15일 어렵사리 성사된 빅테크 기업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간담회는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민원성 발언이나 건의 사항은 자제하라”며 입단속까지 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금융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자유롭게 토론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누가 맞든 간에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오랜 격언을 따르자면 참석자들에게 드레스 코드로 정장에 넥타이를 요구한 이날 간담회는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 불려 간 기업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뱅크샐러드 등 4곳이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를 등에 업고 있는 두 곳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지배력, 카카오의 메신저 시장 장악력을 생각하면 이들의 금융업 진출은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내년에 빅테크그룹 감독 체계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토스나 뱅크샐러드는 사정이 다르다. 물론 토스의 경우 기업가치가 10조 원 안팎에 달하고 임직원 대부분이 IT 인력이라는 측면에서 사전적 의미의 빅테크임은 분명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 토스뱅크가 피노키오처럼 ‘무조건 2% 이자 지급’ 약속을 깨버려 인가를 내준 금융 당국 책임론을 야기한 데 뿔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덩치가 커졌다고, 비난의 표적이 됐다고, 토스를 네이버·카카오와 동일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당장 토스뱅크의 카드 혜택 축소는 금융위의 자책골에 해당한다. 은행의 주 수입원인 대출이 정부에 의해 막힌 데 따른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전주용 동국대 교수는 “빅테크로 분류되는 토스는 금융사라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토스가 올 9월 기준 월 활성 사용자 수(MAU) 1,597만 명을 기록하며 금융 애플리케이션 중 1위 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네이버·카카오처럼 생활의 필수 관문(포털)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MAU 역시 대출 중단 사태에 200만 명이 널뛰기하는 처지다. 아직 빅테크보다는 금융 혁신의 총아인 핀테크에 가깝다. 지레 겁먹고 울타리를 쳐 토스의 혁신을 가로막는 대신 풀어놓아야 할 때다. 어울리지 않는 넥타이부터 벗도록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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