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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 부사장도 상무도 없다...이재현 "역량 있으면 누구나 리더"

[내달부터 임원 직급 단일화]

구성원 중 MZ세대가 75% 차지

젊어진 조직 맞춰 인사제도 수술

보상은 철저히 역할·성과로 결정

직원들 직급체계도 단순화 추진

삼성 등 다른 기업도 통폐합 활발





CJ(001040)에는 사장도, 부사장도, 상무도 없다. 이제 직급은 없이, 능력에 따른 직책만 남는다.”

CJ그룹이 재계에 불고 있는 임원 직급 통폐합 행렬에 합류하며 혁신의 고삐를 당겼다. 상무부터 사장까지 한 직급으로 통합하는 파격을 시도하는 것은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의 기존 인사제도로는 젊고 뛰어난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그룹 4대 미래 성장 엔진으로 ‘C.P.W.S.(Culture·Platform·Wellness·Sustainability)’를 꼽으면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 인재와 혁신적 조직 문화”라면서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연차·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직급 통폐합은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CJ는 내년 1월부터 상무대우·상무·부사장대우·부사장·총괄부사장·사장까지 쪼개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 기존 대기업 그룹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단계까지 축소한 사례들은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가 처음이다.

이번 인사 체계 개편에 따라 앞으로 CJ의 경영리더가 받게 되는 처우와 보상·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성과를 내고 업무 범위가 넓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 보직에 오르게 된다.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부문장이나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차량, 사무 공간, 비서, 기사 등도 앞으로는 보직과 역할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직급별로 차종이 정해져 있던 업무용 차량도 앞으로는 일정 비용 한도 내에서 업무 성격과 개인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바뀐다.



CJ가 이같이 임원 직급을 파격적으로 개편한 것은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로는 인재를 중용하기 쉽지 않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CJ는 지난 2000년에 국내 최초로 모든 직원을 ‘님’으로 부르는 식의 수평적 기업 문화를 도입했고 2012년에는 입사 후 10년 만에 임원이 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CJ는 미래 성장의 주역이 될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가 원하는 ‘공정한 성장 기회’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이 승진 단계를 줄이고 성과·역할을 중시하는 인사 조직 문화 구축에 있다고 보고 있다. CJ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인적 구성이 점차 젊어지고 있는 만큼 인사제도나 조직 문화도 구성원 특성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 기준 CJ의 MZ세대 구성원 비중은 75%로 4년 전인 2017년(65%) 대비 10%포인트 증가했으며 특히 1990년대생 비중은 22.1%에서 37.3%로 약 15%포인트 급증했다.

CJ는 임원 직급 단일화를 시작으로 일반 직원들의 직급 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097950)은 기존 7단계던 직원 직급을 전문성·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 중심의 ‘어소시에이트(Associate),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프로페셔널(Professional)’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을 철폐했다. CJ CGV(079160)와 CJ푸드빌도 젊은 인재의 빠른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7단계에서 4단계로 직급 체계를 개편한 바 있다. CJ ENM(035760), CJ대한통운(000120)도 내년부터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직급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 인사부터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해 부사장 이하 직급을 부사장과 상무 두 단계로 축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사대우·이사·상무를 모두 상무로 통합해 6단계였던 임원 직급을 4단계로 축소했다. SK그룹은 상무·전무·부사장 등의 임원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한화그룹도 계열사별로 상무보 직급을 없앴다.

재계가 임원 통폐합에 나선 것은 CJ와 마찬가지로 유능한 인재를 발 빠르게 경영자로 키워내려는 포석이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의 직급 통폐합도 활발하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LG전자·SK텔레콤 등이 모두 직급을 상당 부분 단순화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역량 있는 인재를 조기 발탁하기 위해 재계 주요 기업들이 임직원 직급을 통폐합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에 핵심 인재를 뺏기거나 몰리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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