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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미국 경제 잘 돌아가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美 핵심생산인구 취업률 회복 등

지극히 양호한 고용지표에도 불구

공화당 "2009년보다 악화" 억지

균형적 시각으로 경제상황 직시를





지난주에 발표된 고용 보고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연방노동청은 두 차례 서베이를 실시했다. 하나는 고용주를, 다른 하나는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두 건의 개별 보고서가 그리는 그림이 비슷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21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됐음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꽤 양호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는 상당히 양호했다. 특히 핵심생산인구 연령대에 속한 성인의 취업률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에 바짝 근접해 있었다. 핵심생산인구 취업률은 노동시장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주요 척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일관성이 결여된 부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낙담한 모양이다. 널리 알려진 미시간 소비자 서베이의 결과도 부정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경제에 대한 불신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찍어 누르고 있다. 과연 소비자들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긍정적 자료와 달리 실제 경제 상황이 정말 심각한 것일까. 만약 경제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면 대중의 부정적 견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소비자들의 부정적 견해가 언론사들이 만들어낸 조악한 사실 왜곡 사례는 아니라고 믿는다. 물론 경제에 관한 언론사의 보도 방향이 대중의 경제 상황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관계자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다면 지금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우선 수십 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며 대중의 부정적인 경제 인식에 기름을 붓고 있는 인플레이션부터 살펴보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서베이에서 소비자들의 답변은 질문의 방향과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경제 상황에 관해 물었을 때 그들의 실제 대답은 어떤 질문을 염두에 둔 것일까. 한 가지 단서는 그들의 반응에 상당량의 당파적 왜곡이 끼어든다는 사실이다. 공화당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매월 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던 2009년 3월보다 오히려 크게 악화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또 하나의 단서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답변이 나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요즘 개인적 경제 상황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단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랭거 소비자신뢰지수는 국가 경제에 관한 응답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데 반해 개인의 재정 상태에 대해서는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시간 서베이는 랭거 소비자신뢰지수 조사와 동일한 질문을 하지 않는 대신 서베이 참가자들에게 개인적 재정 형편이 5년 전에 비해 나아졌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응답자들의 63%는 “개선됐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정확한 경제 상황을 알고 싶다면 대중의 말보다 행동을 들여다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만약 소비자들이 그들이 말하는 ‘정서적 수치’만큼 실제로 짓눌린 상태라면 현재 소비자 판매가 활기를 띠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눈길을 돌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 설비 투자 급증세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경제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약하자면 대단히 부정적인 대중의 경제 평가는 필자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지수와 충돌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필자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소득이 오른다 해도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한껏 자극한다. 자동차 주유 경비가 대폭 인상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4% 오를 때보다 대중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은 커진다.

당파성 역시 확실한 한 가지 요인이다. 전체 공화당원의 3분의 2는 2020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믿는다. 개인적 경험에 위배된다 해도 바이든의 경제가 끔찍하다는 억지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그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다.

마지막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대중의 왜곡된 인식이 언론 보도의 부적절한 논조 탓이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꼭 당파적인 문제일 필요도 없다. 필자가 속한 세계는 인플레이션을 도덕적 문제로 몰아가는 경제 평론가들과 10년 전 그들이 그토록 기대했던 인플레이션 재앙이 현실화하지 않은 데 크게 실망한 전문가들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대중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양호하다. 재앙론자들의 입에서 이와 다른 말이 나오도록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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