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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 남은건 배달뿐…전문직 벽 높고 제조·사무직 줄었다

코로나發 일자리 양극화

3분기 단순노무 10.6% 이례적 급증

택배·배달업, 서비스직 감소분 상쇄

자동화 대체 용이한 제조·사무직 등

중숙련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전문직은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청년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릴 우려





코로나19 이후 고용 재조정으로 택배·배달 등 단순노무 직업이 급격히 늘어나며 일자리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에 밀린 공장이나 사무실 근로자들이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비교적 진입이 쉬운 택배·배달기사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과 노동의 재편으로 제조업·사무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년들은 택배·배달기사가 아니면 일할 기회마저 얻기가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고용 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단순노무의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대비 10.6% 증가했다. 단순노무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대부분 택배·배달업을 중심으로 늘었다. 반면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고 재택근무가 어려운 판매(-7.8%)나 서비스(-1.9%) 취업자 수는 크게 줄었다.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쉬운 관리자·전문가·사무직 등은 취업자 수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큰 폭으로 감소했던 취업자 수가 11월 기준 99.98%까지 회복됐지만 고용 재조정으로 일자리의 질은 악화됐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 택배원이나 배달원을 중심으로 단순노무 일자리로 몰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별로 봐도 택배·배달이 포함되는 운수업의 취업자 수 증가율은 9.9%로 보건(15.5%) 다음으로 가장 높은 추세를 보였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택배·배달업 호조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택배원이나 배달원이 늘어나는 것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일자리 수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술 발달에 따라 쿠팡이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성장도 영향을 끼쳤다.

택배·배달 쏠림 현상은 주로 청년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15~29세)은 코로나19 직후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으나 회복도 빨라 이미 지난 2분기에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숙박음식이나 교육 등 대면 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반면 운수 창고나 정보 통신을 중심으로 늘어난 만큼 택배·배달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난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택배·배달을 중심으로 한 저숙련(육체) 일자리나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고숙련(인지) 일자리는 점차 늘어나는데 중숙련(반복) 일자리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19년 4분기 대비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고숙련과 저숙련 일자리는 각각 0.5%, 3.9%씩 증가했다. 반면 중숙련 일자리는 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숙련 일자리는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관리자나 전문가를 말하고, 저숙련 일자리는 육체노동 비중이 높은 청소원·경비원이나 농림어업·단순노무 등을 의미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사무·판매·기능·조립원 등은 중숙련으로 분류된다. 중숙련 일자리는 대부분 제조업이거나 사무직으로 그동안에는 이른바 정규직 일자리로 분류돼 고소득은 아니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혀왔다.

하지만 중숙련 일자리는 업무가 반복되기 때문에 로봇이나 AI 등으로 대체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저숙련 일자리는 단순 육체노동이라도 업무가 반복되지 않아 자동화 대체가 여의치 않다. 연구진은 중숙련 일자리가 대면 접촉도가 낮은 데도 취업자 수가 감소한 원인에 대해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데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자동화 대체가 쉽고 비용 절감 편익이 큰 중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술 발전에 따라 중숙련 일자리는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중숙련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 제조업 비중 감소 등 산업구조 변화보다 기술 진보나 기업의 노동 수요 변화 등 산업 전반적인 효과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노동 공급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은 자동화 투자에 서두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감염병 위험을 막고 노동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도입할 것이 분명한 만큼 중숙련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결국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했던 중숙련 종사자들은 택배·배달 등 저숙련 일자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에 안정성까지 갖춘 고숙련 일자리는 면허 등 일정 자격 조건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배달 업종은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차량 구입비나 연료비·보험료 등을 직접 납부해야 하는 등 직업 안정성이 크지 않다. 최근 조사에서 배달·배송 등 플랫폼 종사자 수가 220만 명을 넘어섰다는 조사가 나오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법적 보호 방안은 미비한 상태다.

한은은 향후 일자리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용 충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확산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변화가 이뤄질수록 중숙련 일자리보다는 저숙련 일자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차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근로 조건 변화, 자동화 확산 등이 앞으로도 기업의 노동 수요나 가계 노동 공급 행태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고용 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사회 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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