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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브루클린뮤지엄의 '디올' 연말전시

뉴욕에 파리 패션 가져온 크리스찬 디올

맞춤복→기성복 전환…패션 산업화 기여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컬렉션 한 자리

크리스찬 디올의 사망 후 21세의 젊은 나이에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된 3년간 자리를 지킨 이브 생로랑이 디올에서 작업한 컬렉션.




럭셔리 하이엔드 패션의 대명사인 크리스찬 디올의 전시가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세 번째로 큰 미술관인 브루클린 뮤지엄은 150만여 점의 아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방대한 이집트와 아프리카 예술품으로 유명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뮤지엄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초 카우스(KAWS)의 전시를 시작으로 연말에는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의 전시를 연이어 기획하며 이례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그의 삶과 예술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디올의 부모는 그가 외교관이 되길 바랐지만 정작 디올은 예술가를 꿈꿨다. 특히 순수 미술과 건축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23살이 되던 해에 디올은 파리에 갤러리를 열었다. 하지만 1929년 세계 대공황과 함께 갤러리는 폐업으로 끝났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디올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하여 패션 일러스트로서 활동하게 된다. 그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면(綿) 산업의 왕’ 마르셸 부자크(Marcel Boussac)의 지원을 받은 디올은 1946년 자신의 오트 쿠튀르 하우스를 파리에 오픈한다. 이듬해 그의 첫 봄·여름 컬렉션이 소개됐고 그 후 디올은 패션계 뿌리를 내린다.

현재 디올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의 컬렉션(가운데)이 과거 컬렉션들에 둘러싸여 디올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전시돼 있다.


이번 디올의 전시 ‘크리스찬 디올: 꿈의 디자이너’ (Christian Dior: Designers of Dreams)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 롱 뮤지엄(The Long Museum)을 시작으로 올해 브루클린 뮤지엄까지 이어진 순회전이다. 전시는 디올이 미국 패션 시장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디올이 파리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직후 미국의 유명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에디터인 카멜 스노우는 그의 컬렉션에 대해 “새로운 룩(New Look)” 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후 디올은 뉴욕 지점을 설립하며 미국 패션 시장까지 진출하게 됐다. 유럽에서 전통적인 맞춤복이 만연했던 당시 디올은 미국 패션 시장에서 기성복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이에 디올은 럭셔리 백화점으로 불리던 니만 마르커스(Neiman Marcus)에, 사서 바로 입고 나갈 수 있는 기성복 컨셉(Ready-to-wear)의 디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한편으로 디올은 기성복 시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유 브랜드인 오트 쿠튀르(맞춤복)의 전통도 이어나갔다. 전시는 디올의 맞춤복과 기성복 컬렉션을 균형 있게, 연대기적으로 나열해 놓았다.

브루클린뮤지엄의 전시장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크리스찬 디올의 초기 오트 쿠튀르 작업은 여성의 신체성이 강조된 당대 드레스의 특징을 보여준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성의 신체를 강조한 그의 패션 철학을 볼 수 있는 초창기 오트 쿠튀르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드레스들은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치마 밑단으로 갈수록 점점 퍼지는 형태를 지닌다. 드레스마다 주름, 어깨 끈, 질감이 각각의 컨셉에 맞춰 정교하게 디자인돼 있어 인상적이다. 전시장 중반에는 디올을 거쳐간 재능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업들 또한 시대순으로 아카이빙 해놓았다. 디올은 1957년 이탈리아 여행 도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디올이 살아생전 점찍어 둔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이 그의 뒤를 이으면서 브랜드는 명성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는 이브 생로랑을 비롯해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라프 시몬스(Raf Simons), 그리고 현재 디올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의 작업들까지 볼 수 있다. 이들 모두 디올의 전통은 유지하되, 여성·꽃·예술·역사·문화 등 디올 브랜드를 대표하는 다양한 테마를 자신만의 철학으로 재해석해 컬렉션에 반영했다.

‘아름다운 18세기’ 전시관에는 18세기 코르셋 의상을 비롯해 신고전주의 양식인 베르사유의 건축양식에 영감을 받은 디올의 의상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18세기’ 전시관은 디올의 브랜드 철학을 잘 드러낸다. 여성성을 강조한 디올의 패션 철학은 18세기 아티스트인 엘리자베스 르 브런 (Elisabeth Vigee Le Brun)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복, 스타일에 기반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모델은 주로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으며, 당대 여성의 신체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디올은 신고전주의 양식이라 불리는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자신의 파리 오트 쿠튀르 하우스를 만들었다. 건축 양식뿐만 아니라 베르사유 궁전 내부의 루이 15,16세가 사용하던 장식적인 가구들도 그의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전시장은 베르사유 궁전 내부 거울의 방을 본따 제작됐다. 고전 회화의 무도회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디올의 의상들이 거울에 반사돼 장관을 연출한다.

꽃을 좋아했던 크리스챤 디올은 자신의 컬렉션에도 꽃을 반영했고, 전시의 마지막은 멀티미디어 작업과 함께 꽃에 영감을 받은 디올의 드레스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전시 막바지는 디올이 생전 그의 어머니인 마들렌과 화려한 꽃이 핀 정원에서 놀았던 추억을 상기하는 컨셉으로 기획됐다. 디올은 살아생전 장미, 튤립, 백합과 같은 꽃을 좋아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그의 패션 컬렉션에도 패턴으로 반영됐다. 마지막 전시관은 자연 현상을 시각화하는 멀티미디어 작업과 꽃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디올의 여러 드레스들이 혼합적으로 설치돼 있다. 꽃은 피고 지지만, 크리스챤 디올의 꽃에 대한 열정은 지속적으로 피어나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우리들 곁에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2월20일까지 계속된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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