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전망은 한마디로 안갯속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수출 경기 호전 등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올해는 많은 불안 요인들이 몰려오고 있어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격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제 충격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대규모로 풀린 전 세계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종료와 금리 인상 예고 등 각국의 긴축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신흥국 자금 유출과 금융시장 충격 등 파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물가 불안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기업·가계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물가 상승 국면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버블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445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으나 올해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 전환 등으로 위협 요인이 커지고 있다. 새해 경제가 국내외적으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은 잔뜩 움츠리고 있다.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가까운 기업들이 올해 설비 투자를 동결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자칫 퍼펙트스톰으로 좌초될 위험에 처했는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는데도 후보들은 돈 풀기 선심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안갯속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할 정치가 외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족쇄를 제거해야 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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