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발표하고 “완전한 새 출발”이라고 선언했지만 야권에서는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윤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건희 씨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고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와는 사실상 동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관련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윤 후보의 연말 지지율 하락에는 부인 김 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새시대준비위의 ‘페미니스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윤 후보가 해당 문제들을 완전히 떨칠 수 있는 단호한 인식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등판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면에서 요양이 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 형사적으로 처벌될 일이 없을 것 같아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여성으로서는 이런 걸(수사) 많이 받는 거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 씨의 ‘코바나콘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국한된 발언이다. 최근 문제의 핵심인 김 씨가 부풀리기 등 잘못을 일부 인정한 허위 이력 논란과 그와 관련된 처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70%가 김 씨의 사과가 불충분했다는 답변을 내놓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는 인식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신 전 대표를 영입해 논란을 빚었던 새시대준비위에 대해서도 별다른 책임론을 언급하지 않고 동반자적 관계만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새시대준비위 역할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새시대준비위는 나름대로 정권 교체를 위한 일들을 저희와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대위도 해체를 했고 새시대준비위도 해체가 됐다. 그런 걸 다 통합해서 새로운 기반 위에 자그마하게 선대본부를 하나 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본 내에 새시대준비위 인사들이 일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시대준비위의 신 전 대표 영입은 2030세대의 남성이 느끼는 젠더 갈등을 자극해 표심이 떠나게 한 결정타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윤 후보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 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했다. 다만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3일 신 전 대표 사퇴 관련 입장문에서 “그에게 덧씌워진 오해를 넘어서지 못한 현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2030세대 남성에 대한 사과 표현은 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시대준비위 인사들이 또다시 역할을 맡을 경우 또 다른 실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윤 후보를 떠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사람들을 좀 선택을 해서 써야 하는 안목이 있어야지 성공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어서 이런 현상을 초래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 나름대로 선대위를 요란하게 구성해서 갑자기 찾아왔다”며 “무슨 새시대위원회라는 거 만들었다가 그것도 이제 와서 다시 없어지는 과정을 거쳤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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