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독점에 대한 규제는 중소 핀테크 육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빅테크들이 플랫폼과 데이터를 독점하면 혁신 서비스 출현이 막히고 이는 신생 핀테크의 고사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차등 규제 원칙 아래 빅테크가 금융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독점 규제를 하되 핀테크에는 부수 업무 확대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 당국이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해석하자 빅테크보다 중소형 핀테크들이 더 막대한 피해를 봤다. 당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은 물론 중소형 핀테크들의 서비스도 중단됐고 아직 서비스를 재개하지 못한 곳도 있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강도 금융 규제를 핀테크에도 똑같이 적용할 경우 혁신적인 서비스 창출을 막아 중소 핀테크들까지 폐업으로 내몰 수 있다”며 “이미 대규모 고객을 보유하고 사업 구조가 다변화돼 있는 빅테크와 달리 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중소 핀테크 업체들은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 등이 비대해지면서 핀테크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핀덱서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핀테크 생태계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6위로 8계단 하락한 상태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는 핀테크와 차별화해 금융 기능뿐 아니라 상업 업무와의 연계성, 금융 인프라의 안정성 등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자본금 규제 도입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 선릉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업계 및 유관 금융회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빅테크와 중소형 핀테크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규제 측면에서 다른 것은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핀테크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강소 핀테크 기업들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니라 육성 및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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