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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만 먹어 입 썩었다"…봉쇄한 中시안 '제2 우한일기'

中시안봉쇄에 "일시정지 버튼에 1,300만 시민 운명이" 비판글 화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도시 전역이 봉쇄된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주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검사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말부터 봉쇄된 인구 1,300만명의 중국 고도(古都) 시안(西安)의 참상을 묘사한 ‘제2의 우한일기’가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인 장쉐(江雪)는 지난 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장안십일(長安十日·장안은 시안의 옛 이름)-나의 봉쇄 열흘 일기’라는 글을 올렸다. 도시 봉쇄 상황 속에서 겪는 시민들의 고충과 사연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특히 이 글에는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방역정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어 코로나19 초기 우한(武漢)의 참상을 그린 소설가 팡팡의 ‘우한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 장쉐가 올린 ‘장안십일’. /웨이보 캡처


장쉐는 봉쇄령을 내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부는 물자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사재기를 시작했다”며 “한밤 중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는 사람, 임산부, 병자, 입시생, 노동자, 부랑자, 여행객 등 모두 도시 봉쇄가 가져올 재난을 낮게 평가했을 수 있다”고 묘사했다. 누구도 시안의 봉쇄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한 수준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은 1,300만명 시민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라며 정부 방역행정을 비판했다.

그는 봉쇄 이틀이 지나자 먹거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고 했다. 또 봉쇄령 닷새 만에 통제 수위를 격상해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해 음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폐지됐다며 누구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다음날인 지난달 28일부터는 음식을 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의 인터넷 글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저자는 “두 젊은이가 한 단체 대화방에서 ‘일주일째 인스턴트 라면을 먹고 있다. 입이 다 썩어간다’고 했다”며 “한 명은 라면 두 봉지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생필품과 식량이 모두 바닥났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또 저자는 SNS에는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가 약을 사지 못하는 상황, 외지 출신 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 대학원 입시를 치르러 온 사람이 거리를 떠돌며 굶주리는 상황 등 흉흉한 소식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장안십일의 마지막 날인 이달 3일 기록에는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코로나19 위험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는 소녀의 슬픈 소식도 전했다.

장쉐는 이 같은 상황 묘사와 함께 중국 정부의 봉쇄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주민 간 상부상조가 필수적인데 외출금지 등 융통성 없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립된 섬’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봉쇄 초기에 수천명의 자원봉사자가 조직됐지만 당국이 거주 단지 밖으로 외출하지 못 하게 하는 바람에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시안은 승리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으며 퇴로가 없다’는 친구의 메시지를 접한 사실을 소개하며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일기의 마지막 날 “오늘 밤은 아버지를 잃은 그 소녀, 눈물을 흘리며 낯선 방역요원에게 생리대를 달라고 부탁하던 젊은 엄마, 그들은 이런 고통을 당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딴 섬이 아니며 한 사람의 죽음은 모든 사람의 죽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썼다.

한편 시안시 방역당국은 지난달 22일 주민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했다. 이후 이날까지 시안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의 수는 1,600명이 넘는다. 당국은 식량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기자회견 생방송 채널에는 식량 공급을 요구 글이 쇄도해 댓글 기능이 차단됐고, 웨이보에서는 ‘시안 식자재 구입난’이란 해시태그의 조회수가 수만건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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