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도시 전체가 봉쇄된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융통성 없는 방역 정책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거나 유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매체 신랑신문은 7일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한 30대 남성이 코로나19 음성증명서가 없어 응급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발병 4시간여 만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39)씨는 지난달 30일 밤 12시쯤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는 A씨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 관계자는 음성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병원에 들어갈 수 없다며 진료를 거부했다. 이후 A씨는 3곳의 병원에서 잇따라 진료를 거부당했고, 오전 3시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1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지난 2일에는 점심 식사 후 협심증 증세를 보인 한 남성이 구급차 출동 지연과 중(中) 위험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남성은 증상을 보인 지 8시간 만에 겨우 수술대에 올랐으나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일에는 임신 8개월의 만삭 산모가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으나 음성증명서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병원 문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산모는 2시간 뒤 유산했다. 이 사건은 산모의 조카가 해당 사연을 SNS에 올리면서 확산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방역도 중요하지만, 중증 환자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또한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계속 되자 중국 지도부는 사과와 함께 사태 수습에 나섰다. 쑨춘란 부총리는 전날 회의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만삭 산모가 유산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매우 가슴 아프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감염병 통제조치는 인민의 건강과 모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임무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핑계로도 진료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증 환자는 코로나19 검사 증명서와 관계없이 가장 먼저 치료하고, 투석환자·임산부·신생아를 위한 지정병원을 설치하며 만성질환자를 위한 약을 집까지 배달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시안시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자 지난달 22일 밤 1,300만명 주민에게 외출을 금지하는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내렸다. 주민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이틀에 한 번 가족 1명만 집 밖을 나갈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은 별도의 격리시설에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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