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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물적분할은 죄가 없다

한동희 증권부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인 다임러가 지난해 12월 트럭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의 신설 법인을 만든 뒤 독일 증시에 상장했다. 핵심 사업부를 떼낸 것임에도 모회사 다임러의 주가는 분할 발표 이후 50%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LG에너지솔루션의 ‘쪼개기 상장’은 전혀 다른 반응이다. 유망한 사업을 높이 평가해 투자했던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은 분노했고, 주가는 1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같은 일에 대한 결과가 이렇게까지 다른 이유는 각 기업이 주주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받았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진행 방식에 주주들은 환호했고, 다임러트럭 분할 안건에 99% 찬성률로 화답했다.



반면 LG화학은 기존 주주 권리를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주회사 지분율(30%)이 높아 물적분할 통과에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쪼개기 상장이 지배력을 흔들지 않는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기존 투자자에게는 ‘유튜브’ 없는 구글처럼 ‘알짜’를 약탈당한 것에 비견되는 일이다. 상장 과정에서도 해외에서는 상장 시 신주 모집보다는 구주 매출을 통해 모회사에 현금이 유입되도록 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상장을 통해 신주를 배정 받은 투자자에게 이익이 한정된다. 다임러의 사례가 미래 성장을 위한 결단으로 환영 받고, LG화학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 받는 이유인 셈이다.

물적분할 자체가 공매도에 버금가는 ‘악(惡)’으로 여겨지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다. 동학 개미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후보들이 현미경을 들이대며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고, 거래소도 앞으로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물적분할이라는 좋은 자금 조달 창구를 막는 초강력 규제가 도입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상 초유의 규제 법안인 공정거래3법이 등장한 것도 일방적인 이익 독점에 대한 불만이 불쏘시개가 됐다. 기업들이 태도를 바꿔 주주들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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