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e커머스 플랫폼들이 유료 멤버십이나 다양한 콘텐츠 등으로 ‘록인효과’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선불충전금’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플랫폼에서 쓸 금액을 미리 지급해놓고 사용하는 서비스 특성상 선불충전금이 플랫폼 충성도를 가르는 주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17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e커머스 플랫폼들의 지난해 1분기와 4분기 선불충전금 규모를 비교한 결과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네이버페이포인트의 규모는 지난해 4분기 기준 913억 원으로 1,000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559억 원에 비하면 약 63%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유료 회원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연계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할 경우 더 많은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있다.
네이버페이 외에도 쿠팡의 ‘쿠페이머니’, SSG닷컴의 ‘SSG머니’, 배달의 민족의 ‘배민페이머니·선물하기’도 같은 기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쿠페이머니는 731억 원에서 833억 원, SSG머니는 277억 원에서 368억 원, 배달의 민족의 경우(배민페이머니와 상품권 합산) 27억 원에서 196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선불충전금을 선보인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배달의민족은 625%라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여파로 상품권 선물하기 등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선불충전금 규모가 반 토막 난 플랫폼도 있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스마일캐시’는 831억 원에서 516억 원으로 줄었고, 11번가의 ‘SK페이’는 181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줄었다. 또 티몬의 ‘티몬캐시’는 2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감소했고, 롯데그룹의 ‘엘페이’ 역시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업계에서는 선불충전금의 규모와 성장세가 플랫폼의 이용률이나 충성도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은 이용자들이 나중에 사용할 돈을 미리 결제해두는 형태라 그 플랫폼에서 그만큼의 돈을 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라며 “이용자들의 유입·이탈 정도나 플랫폼의 성장성, 잠재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불충전금을 포함한 플랫폼별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는 플랫폼 입장에서도 카드수수료 등의 비용 절감이나 고객 구매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존 플랫폼들 외에 마켓컬리와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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