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4.0%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 전망한 3.6%보다는 높지만 경기 냉각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8.3%까지 치솟았다가 2분기 7.9%, 3분기 4.9%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8.1%로 언뜻 괜찮아 보이지만 44년 만의 최저치였던 2020년(2.2%) 저성장에 대한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경기하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성장 엔진을 살리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이날 성장률 발표와 동시에 금융기관 공급 정책 금리를 21개월 만에 전격 인하했다. 하지만 올해 5% 성장을 지켜낼지는 미지수다.
‘차이나 스톰’, 즉 중국발(發) 위기는 이제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돼가고 있다. 우리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2020년 기준 24.6%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5%포인트 내려간다. 우리의 주요 수입품 중 중국산 비율이 80%를 넘는 것도 1,850개에 이른다.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에서 보듯 중국의 성장 둔화는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는 숨겨진 부채의 폭발 우려를 키운다.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가 몰려온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긴축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2개국(G2) 경기가 동시에 하강하는 끔찍한 상황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민간과 공동으로 중국의 성장 절벽에 대응해 정밀한 시나리오별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핵심 원자재 등의 공급망 다변화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경제 안보 동맹 강화는 더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격차 기술력 확보다. 압도적 기술만 갖고 있다면 중국의 위기는 외려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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