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 500년’ 동안 사회상이 항상 똑같지는 않았다. 사화와 당쟁, 외적의 침략 등 수많은 굴곡 속에 사회적 변화를 겪었고 그 역사적 흐름 속에서 여성, 특히 ‘아내’로 지칭된 이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신간 ‘조선, 아내 열전’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아내에 대한 서술을 통해 여성의 생존 전략과 재량권, 아내와 남편의 문화적 상호작용 등을 분석한다.
저자는 고려 말 성리학자 목은 이색부터 김종직, 조식, 박지원, 정약용 등을 거쳐 19세기 중반 실학자인 혜강 최한기까지 지식인 15명의 부인에게서 시대에 따른 ‘아내의 역사’를 담아낸다. 조선 역사가 변곡점을 거칠 때마다 아내는 남편의 술친구나 지기가 되기도, 독립적인 문필가나 예술가로 살아가기도 했다. 그들은 성리학적 교양을 쌓은 지식인이 되기도 했으며, 하나 뿐인 목숨을 버려서라도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성에 순종하는 듯하면서도 가정의 실권을 쥐기도 했다.
저자는 세상 흐름이 바뀔 때마다 아내들도 생존을 위해 전략을 거듭 수정했다고 설명한다. 아내와 남편은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서로 새로운 역할을 주문해 왔다. 전근대의 아내는 언뜻 구속받고 순종적이기만 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21세기에도 아내들의 노력과 변신이 계속되는 것이 당연하며 그런 점에서 아내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정리한다. 1만6,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