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0%를 기록하며 지난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수출 호조 속에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민간 소비가 되살아난 영향이 컸지만 기저 효과와 함께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만들어낸 성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통화 긴축, 중국의 경기 하강 우려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GDP(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는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2년 만에 역성장했던 2020년(-0.9%)의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다만 전년도 역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회복 속도는 빠르다고 볼 수 없다. 과거 외환위기(1998~1999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9~2010년) 때는 위기 발생 직후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2.8%, 3.8%를 기록했다. 물론 당시와 경제 규모나 성장률이 크게 달라진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정부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효과가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0.3%에 그치면서 연간 4%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4분기 성장률(1.1%)에 힘입어 극적인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4분기 GDP에 대한 정부의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0.0%포인트에서 4분기 0.7%포인트로 크게 늘었다. 반면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소폭 증가했다.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에 적응하면서 민간 소비가 3.6% 증가하는 등 민간 부문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해 50조 원 가까운 추가 경정 예산을 집행한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지표 경기가 개선된 만큼 체감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주체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체감 경기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로 실질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GDI도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하고 있지만 각종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난항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마저 점차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올해 경기 둔화마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을 예고하고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세계경제나 교역이 기조적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도 회복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감염병 재확산이나 공급 차질, 중국 경제 둔화는 하방 리스크”라고 우려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4%대 GDP 성장률에 대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위기 첫해인 2020년 역성장 폭을 최소화한 데 이어 코로나19 2년 차인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했다”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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