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아이에게 "나가서 뒈져라"고 폭언을 하고 한겨울에 찬물에 목욕을 시키는 등 학대한 혐의로 양부모가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견디다 못한 아이는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A(13)군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지난 2020년 12월, 경남 김해지역 한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태어나자마자 이들에게 입양된 A군은 2020년부터 가족들이 사는 집과는 분리된 원룸에서 혼자 생활했다. A군의 계모는 TV나 책상 등이 없는 원룸에 양방향 카메라를 설치하고 A군을 감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경찰에 "(양부모가) 겨울에 찬물로 목욕을 시켰다"며 "단 한 장 있는 이불로 절반은 덮고 나머지 반쪽은 깔고 자야 했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A군은 양부모로부터 '너 같은 XX랑은 살 필요가 없다', '담벼락에 머리를 찧어라', '산에 올라가 절벽에서 뛰어내려라' 등 폭언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카메라 앞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는 A군은 "매일같이 볶음밥을 먹었다"면서 이를 '개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JTBC가 방송에서 공개한 상담 녹취록에 따르면 A군은 상담사에게 "오늘 아침에도 나가서 뒈지라고 했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싶은데 계속 기억만 남아요"라면서 "얼어 죽기 싫어요.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한편 창원지검은 지난해 A군의 양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A군은 양부모와 분리 조치돼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A군에 대한 파양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과 상담기관은 조사를 통해 A군이 상당한 기간 동안 양부모로부터 정서적·신체적 학대와 방임을 받아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군의 계모는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 없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보호하려고 원룸에서 키우고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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